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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흔들리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by 송유성

애인은 먹을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자꾸 먹을 것이 없다며 고독만 집어 먹습니다 애인의 기호를 모르지 않아서 그만 먹으라는 말은 못 하고 천천히 먹으라고 합니다 회에 체하면 약도 없는 것처럼 어떤 마음에 체하면 아주 오랫동안 고생을 할 것이고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면 밥을 한 숟가락 먹어서 내리라는 민간요법처럼 나는 당신을 안아줄 테지만 고생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당신이 겪어내야 하는 일이라서 말리지는 못해도 천천히 먹으라고는 합니다 말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자주, 수면제를 찾아 먹어야 합니다


강아지의 눈물자국처럼 사람에게도 그런 자국이 있다면 일기장일까 싶어집니다 사람이 다른 점이 있다면 강아지는 백 퍼센트 진심이라면 사람은 일기에서조차 거짓말을 씁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당신을 사랑해라고 고백하고 나를 더 많이 사랑해줘라는 말을 숨기나 싶습니다


저렇게 많이 흘러 내리다 보면 천장이 구멍이 날 것처럼 우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다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날에는 그래서 세상의 모든 종교가 태어났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운명같은 것을 믿지 않던 애인이 갑자기 신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다짐하면 나는 결혼하기 전에 파혼을 당해버린 서글픔이 생기지만 동시에 당신이 벗어날 수 없었던 길에서 꽃 같은 것을 따면서 살기로 했을 마음을 알 것도 같아서 적어도 우리 같은 세상에서 환생은 하지 말아요. 하고 안녕을 건넵니다


끝내지지 않는 꽃은 없고 죽지 않는 사람도 없고 변하지 않는 사랑도 없어서 경련처럼 붙잡지 못하던 내가 침착해질 수 있습니다 자주 우리는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아서 야, 술이나 한잔해. 와 같은 말들로 삶의 농도를 희석해 보지만 용한 점쟁이의 부적은 언제나 듣지 않는 것처럼 돌아오면 돌같이 누워 따뜻했던 누군가가 없는 누군가의 손길을 상정하면서 자면서도 깨어있는 긴 밤을 새우는가 봅니다

그래서 뭐든 우리는 정말로 입에 넣고 사나 봅니다

그중 제일은 눈을 뜨고 하는 당신과의 입맞춤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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