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해보는 사람

by 송유성

우리는 내가 편하자고 얼마나 많은 실용주의와 성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할 일이다. ‘효율’이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살아야만 했던 시간을 지나면서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낭만은 부로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당도하고자 하는 자만이 얻는 특권이라고 언젠가의 일기에 썼던 기억이 난다.

나는 K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3시간을 운전해서 반딧불이를 보러 가고 깜깜한 어둠을 올라 붉게 타오르는 일출을 보러 가자. 일부러 찾아야 하는 낭만을 애써 찾으면서 살아가자.”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단어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굳이’라는 단어이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하자고 신이 나서 제안했는데 마음을 차게 식게 만드는 두 글자가 있다면 ‘굳이’라는 말이 아닐까. 당신의 제안은 비효율적이니 안건으로 올릴 필요조차 없다고 상대방을 전면적으로 전력을 잃게 만들어 버리는 무기력한 말. ‘굳이’



그러나 우리 ‘굳이’를 다르게 써보면 어떨까 싶다. “굳이 먼 길을 가서 바다의 아스라한 윤슬을 볼래요?”, “굳이 추운 날을 마다하고 높은 산을 오르며 정상에서 따뜻한 차를 마셔봐요.” 라던지. 나는 사람들이 ‘굳이’ 어떤 것들을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돈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서 굳이, 애써 찾아가는 삶의 이면과 당신과 함께 보내는 멋진 장면들과 타인의 뒷면을 바라보면서 깊은 공감을 해보곤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누군가가 나의 삶을 보고 세상의 잣대대로 질문을 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이루어 둔 것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도 모아둔 돈도 커리어도 없다. 서른 중반을 향해가는 데 미혼에 싱글이고 마찬가지로 아이도 없다. 나는 실용성이 떨어지는 ‘문예 창작’ 대학원의 대학원생이고 10년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인연을 맺은 가게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가야 하는 가게 중 하나를 맡아 일하고 있고 큰돈을 벌지 못하는 요가 강사가 하고 싶어서 낮에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다.


“굳이 돈 안 되는 그런 것들을 왜 해?”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 ‘굳이’에 대한 대답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 삶에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주인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비효율적인 것들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나의 비효율이 당신들의 효율을 능가할 힘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그때의 속도는 아마 당신들의 속도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어쩌면 낭만과 굳이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일 효율적일 수도 있다.



조금 있다 해가 떠오를 때쯤 나는 또 ‘굳이’ 산으로 가서 뛸 것이다. 편편한 공원을 달리는 것도 너무 좋지만, 굳이 힘든 산으로 가서 뛰는 이유는 그 터질 것 같은 호흡과 다리를 붙들고 달리는 끝에 걸린 멋진 풍경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산속을 달리면서 내가 살아있음에 다시 한번 감동받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오늘도 내일도, 내가 굳이 굳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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