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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설에는 잠깐 멈춰줘요

by 송유성

설이 다가오고 있다.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나. 라는 말에 당당하게 예, 돈은 안되는데요. 하고 싶은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 오, 그것참 멋진 일이구나. 라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설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서른둘에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진학한다고 했을 때 몇몇 어른들은 그래, 거기 나오면 작가 할 수 있어? 출판사에 취직할 수 있는 거니? 라는 질문을 하셨다. 열심히 해봐야지요. 하고 웃었지만 속으로는 아니요. 그냥 배우고 싶어서 들어갔고 나와도 돈 된다는 보장이 없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때로는 그냥 웃으며 누군가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가장 예의 바른 행동이기도 하다.

결혼, 안 했고요. 직장, 모호하고요. 돈, 없습니다. 하지만 즐겁고 건강하게 삶을 보내요. 라고 말해도 그러면 가장 멋진 삶을 살고 있구나. 축하할 일이네. 하고 서로 웃고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을 보내는, 그런 명절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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