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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ul 04. 2022

아들과의 카톡대화

아들은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인 건가?


 아들들은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인 건가?


 타지에 사는 녀석들이 하도 연락이 없어 주말이면 한 번씩 무탈한지 확인차 카톡으로 생존 여부를 묻곤 한다.



 나 또한 사람인지라 섭섭한 마음이 왜 없겠냐마는            아들들이라고 내가 미워서 그러겠나,


나도 저 나이 때 그랬는데, 아니, 더 심했을 지도...


기대치가 높을수록 마음의 고통이 늘어나는 법,


아들 둘을 가진 박복한 어미의 숙명으로 생각하고 매일매일 도를 닦듯 마음을 비우곤 한다.


대신 그 에너지를 최대한 나에게 집중하고자 노력한다.


 오늘 늦은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고무장갑을 벗으며 휴대폰을 보니 작은 아들이었다.


어?  어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아들이 먼저 연락을 해왔음에도 반가움보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아뿔싸!

발가락을 다쳐 병원에 왔단다.


 서울에서 배우를 꿈꾸며 재수를 하고 있는 작은아들은 작년에도 무용 연습을 하다 햄스트링이 파열돼 한 달 이상 고생을 했었다.

 지금은 멀리 있어 엄마가 가볼 수도 없는데 아들은 부은 발가락보다 10만 원이 넘는 초음파 진료비가 비싸게 나왔다며 짜증 섞인 걱정을 해댔다.



 아들은 미안한 지 지난번에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병원비를 내겠다고 했다.

난 녀석을 다독이다가 문득 지난번 창원에서의 일이 생각나서 그것에 대해 쓴 블로그를 아들의 톡에 공유해 주었다.

평소에 엄마 블로그에는 관심도 없고 존재 여부도 모르는 녀석에게...



조금이나마 부모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가지면 안 되는 마음을 욕심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들들을 키우면서 오십이 넘어서야 겨우 깨달은 내가 갓 스물인 아들에게 돈 걱정 말라며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 말이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버전인걸 아들은 눈치챘을까?


이렇게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되는가 했는데...


초음파 결과가...


골절이란다!!


깨진 뼛조각을 붙이기 위해 한 달 동안 주사를 최소 4번은 맞아야 한다는데 1회 주사 비용이 25만 원이란다.



 서로 응원하던 감동적인 분위기는 간데없고 답답한 마음을 전화로 주고받았다.


실비보험을 알아보겠다는 말에 병원비는 좀 안심이 됐는지 아들의 다른 걱정이 이어졌다.


어제 면접 본 알바 자리는 이미 물 건너갔고, 최소 한 달 동안 무용 연습은 어쩔 거며 3개월 치를 등록해 2달 정도 남은  헬스는  또 어떡해야 하나...




 난 당장 목발을 짚고 대중교통을 갈아타가며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들의 상태가 더 걱정이었다.



 아~아들들은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인가 보다.


난 나 자신에게 다시금 다짐했다.


가져서는 안 되는 마음을 욕심내지 않겠다고.


아들들의 무소식에 기뻐하며 나 자신에게 더더욱 집중하겠노라고...




아들들아!


무소식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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