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미 Jul 22. 2022

사월에 다시 태어나다

나의 사월이야기(1)

 10여 년이상 운영하던 학원을 접은 건 코로나가 덮치기 직전인 2019년 12월 말쯤이었다.

내게 무슨 계시가 있어 그  무시무시한 팬데믹을 미리 감지하고 미연에 조치를 취한 건 아니고  그저 일이 그렇게 흘러갔고 난 그 흐름에 모든 것을 맡겼을 뿐이었다.


  태어난 이후 관심사야 여러 번 바뀌지만 항상 무언가를 향한 열망으로 똘똘 뭉쳐 나 자신을 소모하던 시절, 남들은 그걸 열정이라 부르며 경외하는 눈초리로, 때론 탐욕에 절은 세속인 보듯 했지만 지금에 와서야 나를 항상 긴장하게 했던 알 수 없는 그 열기가 저 무의식 깊은 곳에 잠재해 있던 피해의식의  또 다른 발로가 아니었나 설핏 짐작만 해볼 뿐이다.


  평범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이란 게 있었던 걸까? 그렇게 내가 가진 에너지를 쥐어짜듯 다 쓰고 나자 난 공기 빠진 풍선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남은 인생을 살아내려면 최소한의 공기는 필요한 터, 그나마 풍선 안에 남아 있던 공기를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으로 난 그럭저럭 굴러가던 학원을 정리했다.


 하지만 끝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무 자르듯 단 칼에 잘라내기엔 그 세월이 꽤 길었나 보다. 오랜 기간 함께 한, 어쩌면 자식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한, 갈 곳 잃어 방황하는 몇몇의 어린양을 차마 내칠 수 없어 다음 학원으로 토스할 때까지 보살핀다는 것이 그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기껏해야 한 두 달로 생각했던 마무리가 학원을 접은 후 꽤 이어졌고 올 3월이 되어서야 겨우 남아있던 일에서도 손을 놓을 수 있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업을 놓은, 온전한 자유인으로서 맞은 3,4월은 때마침 봄이라는 계절의 여왕과 맞물려 나 자신에게 하나의 축복으로 다가왔다.

꼬박 2달여 동안을 매일 혼자 걸으며 만끽한 자연은, 늘 곁에 있었지만 이제야 눈길을 준 무척이나 야속한 나를 변함없이 맞아준 푸근한 친구 같았다.


 다소 변화무쌍한 날씨의 3월과 여름을 잉태한 5월과 달리 4월은 완연한 봄기운을 품은, 말 그대로 모든 사물의 소생을 지켜보기에 딱 안성맞춤인 계절이었다.

그동안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수인처럼 산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 난 날마다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내 앞에 펼쳐진 자연을, 눈과 마음이 물들 때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앞으로 발행할 사월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은 그 당시 내가 경험했던 일과 느꼈던 소회를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린 내용들이다.

먼 길을 달려 오십이 되어서야 주변의 것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던 나는, 항상 젠체하던 헛똑똑이의 삶을 벗어나 이제야  세상에 갓 눈뜬 신생아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순수한 시각을 가지는데 50년이 걸린 나에게 그 눈을 흐리는덴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이 서서히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그때의 글을 하나하나 뒤적이며 내 마음을 다시금 곱씹어본다.

찬란했던 나의 봄을, 사월의 순수했던 시절을...


작가의 이전글 해운대 해변 열차 한 번 타실래요?(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