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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1000일간의 책읽기, 그 후 일어난 마법.

by 정현미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나도 심심찮게 드나드는 도서관, 그 안에 어떤 기적이 숨어있다는 걸까? 행여 내가 요즈음 찾아 헤매는 질문에 대한 어떤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호기심과 어쩌면.. 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저자는 40대 초반에 11년째 다니던 대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3년 동안 도서관에서 줄곧 책만 읽었다는, 어떻게 보면 이색적인, 아니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전력의 소유자였다.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건 어느 날 우연히 거리를 나뒹굴고 있던 낙엽을 본 후였다고 회상하는 작가는 어느 곳에도 뿌리를 두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도는 낙엽을 보면서 아마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부유하고 있을 자신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힘든 회사 생활에서도 긍지와 자부심, 보람은 느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쑥불쑥 쏟아내는 무언가를 향한 알 수 없는 갈망을 감지하며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자신이 가고 있는 곳이 끝없는 사막은 아닌지...

가도 가도 길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사막의 중심을 향해 발버둥 치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 해 마지막 날, 전도유망한 회사에 사표를 던진 작가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낯선 도시, 부산에 칩거하며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자신을 격리시키고자 했던 작가는 자신을 성찰하고 탐구하기 위한 장소로 낯선 도시, 부산을 택했다.


점점 고도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절대로 아웃 소싱되거나 디지털화될 수 없고 자동화될 수 없는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머리의 소리가 아닌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던 그때, 끊임없이 자신을 탐색하기 위해 필요했던 더 구체적인 장소, 그가 본능적으로 택한 곳은 바로 생면부지의 도시, 부산의 한 도서관이었다.

작가는 도서관을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하루 10시간에서 15시간을 독서에 매달렸다.

처음엔 특별히 무엇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책에 몰입하면 지내기를 1000일, 약 3년 동안 독서에 몰입한 후 그는 다시 1년 이상을 글쓰기에 전념한다.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그 당시 자신을 에워쌌던 참을 수 없는 글쓰기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고 한다.

1000일 동안의 독서 후 마치 물이 넘쳐흐르는 것과 같이 쓸 거리가 흘러넘쳐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1년 6개월 동안 33권의 책을 출판하는 기염을 토하고 그 뒤로 성공가도에서 정해진 수순처럼 작가에게 다양한 곳에서의 강연이나 tv 출연 요청이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이 결코 작가가 의도하거나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일을 차치하고 오로지 도서관에서 책에 몰입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찾아온 마법 같은 일이었다.


퇴사 후 3년은 독서에, 1년은 글쓰기에 미쳐서 살았다는 그는 책 읽기가 자신을 변화시켰다면 글쓰기는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진리는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라 의식의 변화라고 강조하는 작가를 보면서 다방면의 저서 상당량을 일정기간 몰입해서 읽으면 지식들끼리 융합하고 재창조되어 새로운 차원의 의식변화와 함께 다양한 쓸거리가 흘러넘쳐 도저히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닐까 유추해본다.


작가는 또한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언급하며 매일 3시간씩 10년을 꾸준히 지속하면 그 일의 전문가가 된다는 소위 그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을 응용해 매일 10시간씩 3년을 하면 1만 시간을 채운 꼴이라며 그가 고수한 3년이라는 기간의 타당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이 책 곳곳에 자신이 읽은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인용한 것으로도 작가의 방대한 독서량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나의 독서에 활용하기 위해 이 책 한 권에서 참고한 도서를 직접 정리해 보니 50권이 넘었다.)


평범하고 익숙한 세상에서 하차해(결별)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삶을 단순화해서(단순) 거기에 미쳤다(광기)는 작가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방법으로 손꼽는 여행이 시간과 돈, 거리라는 제약이 있는 반면 너무 쉽게, 심지어 무료로도 얼마든지 이용 가능하다며, 책 곳곳에서 도서관에서의 책 읽기에 대한 자신의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도서관은 나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어쩌면 나에게 심오한 각성을 줄 한 권의 책을 찾아 줄곧 그곳을 어슬렁거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그 한 권이 사실은 하나의 목걸이를 완성하기 위해 알알이 모인 많은 진주알들 중 마지막 한 알이며, 마침내 바위에 구멍이 뚫리기 직전 무수히 떨어졌을 수많은 물방울 중 최후의 물방울임을, 그리하여 빛나는 그 한 권은 무수히 많은 책을 읽은 후에라야 나에게 오는, 오직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숱한 과정의 끝에 놓여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 나는, 그 한 권의 책을 찾아, 아니 그 책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또 다른 많은 보석들을 찾아 나만의 보물섬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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