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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Dec 04. 2022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두려움'에 대하여

 

 과거 자영업을 할 당시, ''라는 사람은 주변인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추진력이 강한 성향으로 비쳤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서 그들 속에 섞여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전달받아서인지 평소보다 호탕하고 대범해져서 나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 덧씌워진 이미지였으리라.


 기억이란 항상 그렇듯, 지나고 보면 좋고 아름다운 것만 취사선택해 추억이란 이름으로 는 법, 지금 생각해보면 나 또한 과거의 내 모습이 그리 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의 한 구비구비를 뚝 잘라내어 확대경을 들고 여다보듯 자세히 보면, 그 틈 사이로 숨어있던 생채기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숱한 밤을 두려움에 떨며 웅크리고 지냈 내 모습을 내 몸이 먼저 기억하는지 움찔거리는 반응이 몸 전체로 전해져 온다.


 그때의 두려움엔 딱히 이유가 없었다. 아니,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유였다.

경기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온갖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을 갖다 붙이며 원인모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러다 날이 유난히 화창한  날, 기분 좋은 징후라도 생기면 밤새 나를 괴롭혔던 두려움이란 존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난데없이 날아든 희망의 기운에 마음을 뺏긴 채 언제 그랬냐 싶게 몸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두려움에 명확한 원인이 없었듯 희망 또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그렇게 정확한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의 극한을 왔다 갔다 하며 또한 그렇게 서서히 지쳐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나의 시선을 잡아 끈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린치핀]에서 겁 없는, 무모한, 무책임한,

세 가지의 차이를 논하는 와중에, 바보만이 갈 수 있는 장소로 돌진하는 것을  무모하다고 표현한 반면  '겁 없음'은 이렇게 정의했다.


겁이 없다는 말은 사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겁이 없다는 말은 중요한 거래처를 상대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도 밤잠을 설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적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두려움은 상상해낸 위협과 비슷하다. 두려움을 뛰어넘는 것은 어떤 일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뜻이다.

ㅡ 세스 고딘의 [린치핀]에서
두려움은 상상해낸 위협과 같다.


 그렇게 온갖 상상으로 소환된 두려움은 그때의 나를 온통 에워싸가며 위협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두려워할 필요나 가치가 없는 것들까지 버무려져, 미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들구별해내는 혜안을 갖추지 못한 나는 수시로 엄습해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탈탈 털릴 정도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은 이들도 겪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일찍이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이 원인모를 두려움은  학교라는 공동체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학습되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앨빈 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을 보면, 공교육은 산업혁명의 산물이라고 한다. 착실하게 준비된 공장 노동자를 대량 배출하기 위한 것이 바로 공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 과목인 읽기와 쓰기와 셈이라는 공개 교과목 외에도, 미묘하게 몸에 배어들게 하는 '시간 엄수, 복종, 기계적 반복 작업이라는 비공개 교과목' 이 있었다고 토플러는 주장하고 있다.

ㅡ로버타 진 브라이언트의 [Anybody can write]에서


 토플러에 이어 세스 고딘은 사회체제에 순응하는 구성원을 만들기 위해 학교가 이러한 두려움을 더욱 조장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겁을 먹은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쉽게 잊지 못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중략)
학교는 이런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수백만 학생들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지름길이 필요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순응하도록 길들이는 가장 훌륭한 지름길은 공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공포와 시험을 통해 학교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이로써 이단적인 생각을 당연한 것처럼 부추기는 조직을 쉽게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표준화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공부하고, 고개를 숙이고 지침에 순응하게 된 오늘날의 상황이 놀랍지 않은가?
수십 년 동안 학교는 우리에게 공포, 공포, 더 많은 공포를 주입해왔다. 낙제 점수를 받을까 두려워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백수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할까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ㅡ세스 고딘의 [린치핀]에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허울 좋은 '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 만들기'라는 명분 하에 그저 한 개의 부속품으로써 어긋나거나 튀지 않게, 제자리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사회의 용인하에 길들여져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격화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수 없이 노출됨으로써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이어 세스 고딘은 교육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일을 하도록,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통찰을 갖도록, 예술적인 활동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이와 달리 훈련과 반복과 공포는 뻔한 사실과 숫자와 순응을 가르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와 관련해 문득, 인간에겐 두려움이란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고 생존해왔다는 글이 생각났다.

 물론 경험에서 습득한 감정이겠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우리의 조상들이 동굴 밖에서 맞닥뜨릴지도 모를 맹수와 여타 위협적인 상황에 두려움을 느껴, 살아남을 방법을 도모하지 않았다면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을까?

나름 일리가 있는 글에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어쩌면 두려움이란 모든 생존을 위협하는 징후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자 했던,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DNA에 각인된,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자구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감정을 생산성과 효율이란 미명 하에 부추기고 조장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에 대처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세스 고딘은 두려움을 '피로'에 비유하면서 그저 제쳐두고 나아가라고 말한다.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평범한 사람과 린치핀을 구별 짓는다. 우리는 대부분 두려움을 느끼고 거기에 반응한다.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일은 바로 그만둔다. 공포는 즉시 사라진다.
린치핀도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한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물론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른 비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오늘날 경제에서 두려움을 제쳐둘 수 있는 능력은 성공의 필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두려움을 느낀 순간 그 일을 포기하지만 린치핀은 인지한 두려움을 제쳐두고 계속 일을 해나간다는, 작가가 제시한 해답이 기대한 것보다 썩 명쾌하진 않았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린 두려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찾아내는 작업에 좀 더 몰두해야 할 것 같다.

 일의 시작과 함께 두려움에 직면했을 때, 잠시  멈추고 마음에 이는 원인모를 두려움의 껍질들을 하나씩 하나씩 벗기는 과정을 반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러다 보면 생각보다 과대 포장된 감정의 찌꺼기들을 제거함과 동시에 어느새 그 일의 본질에 닿아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혜안을 기른다면 진정 두려운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거나 아주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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