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째 봄 : 마지막 순간]

1km - 꿈작가 시절

by 꿈작가

지나가는 커플을 보면 별 감흥이 없다.

언제부터 이런 감정인가.

진짜 사랑일까? 서로의 마음온도는 값이 딱 떨어지지 않으니.

긴가민가, 알면서도 저울질 할지도,

아직은 정수 값을 몰라도 될지 모르니.


시간은 정수값으로 정확히 떨어지지.

'스물여섯 : 열아홉'에 만나 66년째 봄을 맞이한 노부부 이야기는 진짜 사랑일까.

추운 날, 따뜻한 날 온도차는 있었겠지만,

서로를 보면서 매일 웃고있다면

사랑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그 긴 세월동안 마음온도가 변하지 않았으니.


감정은 단 하루에도 무수하게 변하는데,

나이들수록 계절변화에 더 많은 감정이 휘둘리는데,

한번 실망하면 다시는 돌아보기도 힘든게 감정인데.

세상을 조각조각 낼 마블히어로 빌런들도 사사로운 감정하나에 고꾸라지는게

일말의 개연성이라도 성립이 되는 힘을 가졌다고 선전하는데.


논밭 매며 틱틱대도 웃고,

하루종일 잔소리해도 웃고,

힘들다고 주저앉아도 웃고,

늦잠자고 일어나도 웃고,

사주팔자를 미운오리처럼 풀어주기에

그 책을 마당에 냅다 던져도 웃고,

가민히 앉아있다 웃고.


하루 소개팅자리, 잠깐의 연기가 아니라,

그 웃음만 비춰져도 서로를 담은 감정이 전달되는

66년째 봄을 맞이하면서도 주고받는 웃음.


부잣집 딸과 가진 것 없는 군대를 갖 전역한 남자.

옛시대 풍습에 따라 조부모님들의 혼약에 의해 만나게 되었지만,

너무도 많은 역경을 이겨내야하는 세월을 보냈지만,

하나뿐인 감정은 오직 서로에게 맡겼었다.

얼굴도 모르고 믿음만 한보따리 담아,

세월을 수놓은 기와집 아래서.


이 노부부는 사후세계에서 재회해도 행복할 수 밖에 없겠지.



하루의 감정도 이렇게 복잡미묘한데,

그 일상이 모여진 일기장의 소멸은

한 사람의 인격을 그려내던 누군가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있겠지.

앞으로 펼쳐질 메타버스 세계의 만남 뒤에 돌아올 허망함 또한

위 노부부 이야기를 비춰보면 '한 여름 밤의 잔망'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하나의 감정이 무너지면 잠깐 버틸 수 있겠지만,

곧 중심을 잃고 연달아 무너지는 젠가처럼,

이내 마음은, 감정은 사소한 것에도 무너지던데.


키로미의 소멸 또한 그 모든 기록들이 없어지던데,

온오프 스위치를 작동한 것처럼,

그의 존재자체가 소멸된 듯 사라져.

누군가 기억의 실마리로 잠시 붙들 순 있지만,

이 공간에서 남겼던 흔적들은 사라져.


이 공간에서도 채워지지 않았던 감정들이

홀로그램 형상을 꾸며 마주한다고 한들 채워질까.

시각적인 효과만 채워지진 않을까.


세상이 급변해도 그 감정이 흔들리지 않은,

온전한 마음씨를 나누어주신 분들,

그 분들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라고 정의할 자신이 있었다.



서로의 66년째 봄을 웃음으로 화답하는 노부부도,

재력가의 신분을 내려놓고 모피코트를 건네며

하녀를 구명정에 태워보낸 노부부도,

침몰하는 함선에 남아 서로를 끌어안은 노부부도,


현생의 모습도, 다음 생의 모습도, 그 분들에겐

'사랑'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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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노부부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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