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를 밀어낼 때
걱정과 불안 다음으로 쓸데없는 게 후회라는 건데
나는 삶을 부정하고 후회했다.
살다 보면 어떤 선택과 순간을 후회하기도 하니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 마음은 찻 잔 속의 태풍이 되어 회오리쳤다.
나는 태풍의 눈이 되어 일순간 삶을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화를 내고 한숨짓고 이해하려 애쓰며 시간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평화가 끝날까 봐, 싸움이 시작될까 봐, 관계가 끝날까 봐, 무리에서 소외될까 봐 마음 졸이며 살았다.
살기 위해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썼다.
모두의 이해라는 방패를 들었다.
타인의 욕망이 내 욕망인 듯 착각 속에 살았다.
그게 나를 포함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어떤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채 그저 구성원에 끼고 싶어서 숨죽이며 살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책을 읽고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작년부터 왜인지 나는 내가 이 세계의 바깥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춰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지워가며 살았다. 오랜 시간 가면을 쓰고 이어져온 역할에 이따금씩 염증이 일었다.
' 그래 이건 프레임에 갇힌 거야. '
프레임에서 나오려고 , 알을 깨고 나오려는 마흔 살의 몸부림은 한 없이 작고 가냘팠다.
곱슬머리를 유지하는 것
해보고 싶은 자격증 공부를 해서 증서를 따보는 것
하던 관례를 하지 않는 것
창작 교실에 나가보는 것
또 뭔가를 배우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책을 읽고 남기려 애쓰는 것
일주일에 두 번은 요가를 하려고 하는 것
느리지만 천천히 조금씩 나를 바꿔 보기 시작했다.
모든 변화의 첫 시작은 나였다. 나부터 변하면 된다고 무의식에 세뇌를 걸고 실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선의든 악의든 무지든 미세하게 나를 내 인생에서 쓱 밀어내는 느낌과 기분이 든다.
가냘픈 마흔은 아주 작은 균열에도 미세하게 반응하고 나의 삶에서 엑스트라로 밀려나는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며칠이 괴롭다. 새벽에 깨는 일이 많아지고 결국 불면의 밤이 찾아온다.
의문이 꼬리를 문다.
또다시 이해하려 애쓰는 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그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다고.
모두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내 기분 내 마음 다 옳다고. 그럴 수 있다고.
나를 놔준다.
내가 내편을 들어준다.
모든 건 그대로 흘러가게 두고 나를 변화시키는 일을 계속하자. 어떤 날들이 내 삶의 중심에서 나를 밀어내도 나를 위한 일을 멈추지 말자.
그렇게 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