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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Nov 10. 2023

순대씨 관찰일기

동갑부부 이야기

이름 : 백순대

나이 : 41세

가족관계 : 부인 1, 딸 1

장점 : 영식이(집에서 한 끼도 안 먹음)

단점 : 냄새가 남

특기 : 두성으로 노래 부르기(노래방에 가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두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취미 : 화장실에서 유튜브 보기




2002년 산소학번들이 산소를 뿜어대며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오 필승코리아를 부르고 있을 때 순대씨는 재수를 하기 위해 강릉에서 AIZIM(아이찜) 가방하나 메고 동서울터미널에 발을 디뎠다. 난생처음 2호선을 타고 종로학원으로 향하던 중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개찰구를 빠져나와 들어가기를 여러 번, 땀나는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는 순대씨. 지금은 30분 환승시간을 알뜰히 챙겨가며 친구에게 물려받은 TUMI 가방을 메고 매일 서울을 오고 간다.


2005년 12월 신촌 어느 술집에서 미팅을 하게 된 순대씨, 반곱슬 머리에 동방신기를 따라 노란색으로 두 가닥 브릿지를 넣고 귀 밑으로 구레나룻을 길렀다. 미팅을 위해 한 달 과외비를 털어 노티카 점퍼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샀고 미팅에 나가 첫사랑에 빠져버렸다. 현재 첫사랑 그녀와 순대씨를 똑 닮은 딸아이와 살고 있다.


딸아이 친구들 부모 모임에 나간 순대씨, 아빠들 간 골프이야기가 나오자 골프를 해본 적 없는 순대씨는 엄마들 사이로 들어와 화장실에서 유튜브로 몰래 보던 나는 솔로 이야기로 말을 보탠다.


동생의 뇌출혈로 인해 건강에 부쩍 신경 쓰게 된 순대씨는 최신유행 다이어트 방법인 간헐적 단식으로 10 킬로그램을 감량했다. 그러나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 늦깎이 신입직원 순대씨는 야근 후 집에 오는 길 전철역 앞 순대트럭에서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을 사 먹기 위해 매일 아침 현금을 챙긴다.


추운 날씨에 내복을 입으라 잔소리를 하는 첫사랑 그녀에게 "남좌(남자)는 내복 따위 입지 않는다"며 슬림핏으로 산 양복바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코끝 시린 추위에 덜덜덜 떨고 들어와 안방을 차지한 딸아이로 인해 작은 방 딸아이의 분홍침대 위에 몸을 뉘이고 헬로키티 이불을 폭 덮고 잠자리에 든다. 초등 최신 유행 아이템 시나모롤, 쿠로미 친구들과 함께.


유행을 좇는 순대씨의 아이템은 왠지 시대적으로 늦은 감도 있고 짠내가 폴폴 나기도 한다. 유행과 세상살이 그즈음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유행템을 소화하는 순대씨의 마이웨이 인생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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