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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Dec 06. 2023

무작정 필리핀에서 자원봉사 신청하기

한번 해보지 뭐! 못할 것도 없지! 식의 사고가 가져오는 결과


"익스큐즈미"

"아이 엠 어 코리안"

"아이 원트 투 벌룬티어 포 칠드런, 아이 워즈 어 소셜워커 인 코리아"


10년 전, 필리핀 바기오 스파르타 기숙학원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주말 어느 날, 어울리던 친구들은 모두 보홀로 수영을 떠났고, 홀로 기숙학원을 지키다 적적함에 산책을 감행했다. 졸리비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바기오 SM몰을 어슬렁거리다, YMCA 마크를 발견했다. 당시 YMCA에서 운영하던 사회복지기관을 갓 퇴사한 나로서는 저기에 가면 필리핀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못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한국인이 자원봉사를 신청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여러 생각이 스쳤지만,


와이 낫? 기브 잇 어 트라이
(마음속으로 울리는 어느 남자의 목소리)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못할 것도 없지'



이끌리듯 들어간 필리핀 YMCA에서 안 되는 영어로 "나는 한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했는데, 필리핀에서 아이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 허드렛일도 좋고, 청소도 좋다. 시켜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하겠다."라고 영어로 말을 했는지, 바디로 말을 했는지, 여하튼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다음 주 주말에 행사가 있는데, 와서 스텝으로 도와달란다.


주중 단어시험에 통과해야만 주말 외출이 허락되는 필리핀 스파르타학원에서 주말 자원봉사를 위해 주중 단어시험에 심혈을 기울였다. 약속을 해두었는데, 단어시험 통과를 못해 못 간다면 이게 웬 한국인 망신이더냐!? 그렇게 가게 된 필리핀에서의 자원봉사. 큰 강당에 모인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일을 맡게 되었고, 바기오 지역신문에도 실리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주말마다 그곳으로 가서 필리핀 아이들과 함께 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마치고 호주 시드니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시드니에서도 자원봉사를 신청하였으나, "너 돈 많니? 차량 있니? 영어 잘하니?"라는 질문에 모두 "노"를 외치고 자원봉사를 하지 못했더랬다. 도전한다고 뭐든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시도는 해보았으니, '해볼걸'이라는 후회는 남지 않았다.




"저게 뭐 하나 달고 나왔어야 했는데"라는 할머니

"여자가 뺑끼칠(페인트칠 : 립스틱 바르는 행위)하고 어디를 다니냐"는 아빠

"너 그러다 아빠한테 걸리면 혼난다"는 엄마 밑에서 순응, 순종, 수용하며 커온 내성적인 큰딸이 바로 나다.


수능시험 성적이 모의고사시험 성적보다 훨씬 못했지만, 재수를 할 수 없었다. 엄마가 우리 형편에 재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가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휴학할 수 없었다. 엄마가 얼른 졸업해서 취직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현역 입학과 칼졸업으로 졸업 전 취업하여 나이 24살 1월 1일에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24살, 사회인이 되어 첫 직장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서웠던 아빠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항상 아빠의 눈치를 살피며 딸들을 단속했던 엄마의 레이더망이 느슨해졌다. 자연스럽게 아빠와 엄마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당시 연애 중이던 남자친구의 영향력이 커졌다. 남자친구는 항상 "와이 낫? 기브 잇 어 트라이"를 달고 살던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해보라며 등 떠미는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첫 직장에서 퇴사를 했고, 늦은 나이에 어학연수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권위적인 아빠와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내 도전해 보는 일, 가슴 뛰는 삶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떠난 28살의 어학연수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1퍼센트 부자의 법칙의 저자 사이토 히토리는 일본의 최고부자로 일본 납세금액 1위를 달성한 행복한 부자로 유명하다. 그는 1퍼센트 부자의 법칙의 책에서 '못할 것도 없지'를 매일 일천번 외치라고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오며, 그 기회를 붙잡아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나이 마흔에 자영업자가 되었다. 주변에는 공무원과 회사원들로 가득하다. 아는 자영업자 하나 없지만, 시청에 전화해서 절차 확인 후 영업신고를 했고, 세무서에 전화해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12평에서 시작한 가게는 늘어나는 손님들로 30평으로 이전을 했다. 반찬가게로 시작했지만 스마트스토어도 개설했다. 샐러드 구독 서비스도 해 볼 심산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제는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우선 시도해 본다.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또 누가 아는가? 성공의 기회가 찾아올지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자명한 일 아니던가. 믿거나, 말거나 외쳐본다. 못할 것도 없지 X 1,000번

초2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계란 후라이 내가 해봐도 되요?", "엄마, 나도 스피드스케이팅 배워보고 싶어",

당연히 "와이 낫? 기브 잇 어 트라이"


딸아이가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길 바란다. 도전 속에서 성취도 얻고,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에 대한 귀한 마음을 얻길 바란다. 혹여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실패 속에서 배움을 얻고, 자신을 잘 다독여 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심지가 굳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실패 뒤엔 늘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그래서 또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엄마가 있음을 알기 바란다.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도 한걸음 내딛는 모든 분들을 응원해요♡

못할 것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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