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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뛰는 삶을 사는 내가 되길 바라며 세부 한 달 살기

나이마흔에 진로 고민이라니 : 40세 아줌마 창업 성공기 #4

by 낭만육아

여기는 세부. 딸아이는 수영을 하고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퇴사 후의 삶을 꿈꾸는 것이 오랜 취미였다. 퇴사 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곤 했다. 그중에 제일은 한 달 살기였다. 3박 5일 올빼미 여행, 14일간 5개국 15개 도시 이런 거 말고 한 곳에서 머물며 동네 산책 다니고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그 나라 과일을 잔뜩 사 와 샤워한 후 깨끗해진 몸과 마음으로 과일을 먹고 책 읽고 글 쓰고 잠드는 생활. 그 생활을 지금 하고 있다는 것. 이건 나에게 굉장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나의 선택으로 한 달 살기가 가능한 거구나. 이런 자유를 스스로가 선물할 수 있는 거구나. 나의 20일간의 연차 휴가를 상사의 승인을 득하지 않고도 나 스스로 연차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자 나의 삶에 무한한 자유가 느껴졌다.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공무원이 되었다고 당신의 인생이 성공했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래 봤자 일주일에 5일을 노예처럼 일하고 노예처럼 일하기 위해 2일을 쉰다. <엠제이 드마코. 부의추월차선 중>



2011년 1월 1일 꿈에 그리던 직장에 취직을 했다. 그것도 팀장인 자리로. 오랜 기간 팀장 자리에 있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은 직원들이 회사 내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 먼저 모범을 보여야 했다. 책임감, 성실함이 최고의 가치였고, 그걸 지키기 위해 나의 자유를 제한했다. 물론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는 것에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회사 내규를 지키는 삶은 내가 그리던 삶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2023년 1월 1일 AM 00:30,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 내리니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비행기에서 보는 불꽃놀이란, 형용할 수 없는 삶의 설렘을 안겨주었다. “HAPPY NEW YEAR”라고 반겨주는 항공사 직원들에게 딸아이도 “HAPPY NEW YEAR”라며 혀를 꼬아가며 인사를 건넨다. 불꽃놀이가 한창이던 새해, 첫날 우린 야자수 나무 아래 막탄 공항에 서 있었다. 이토록 빨주노초파남보 인생이라니.


세부에서의 생활은 수영, 산미구엘, 수영, 산미구엘라이트, 수영, 레드홀스, 그리고 영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빼놓아서 안 되는 마사지와 망고. 한화 1만 원이면 1시간 오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그 마사지 샵이 숙소 5분 거리에 있다. 마사지 샵에서 돌아오는 길에 망고 1킬로를 200페소(한화 5천 원)에 살 수 있다. 어디가 천국이겠는가. 바로 여기, 이곳, 세부다.

세부로 결정한 주요 이유는 삼시세끼 밥이 제공되고 매일 청소와 빨래를 해준다는 숙소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아이의 영어환경 만들기는 대외적 이유였을 뿐. 허나 인생이 어디 계획한 대로 흘러가던가. 아이가 숙소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지 않는다. 나 역시도 점성 없는 쌀밥에 입이 꺼끌꺼끌하다. 생명연장을 위해 매일 라면이다.


그래도 여기는 세부다. 아이의 수업이 7교시라는 점, 숙소 내에 수영장이 있고, 가드가 배치되어 있어 엄마 없이도 안전하게 매일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설레게 한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엄마 없이’이다. 그래서 주어진 8시간에 산책하고 현지 카페 투어하고 1만 원 마사지를 매일 받고 있다.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자니 나를 둘러싼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해진다. 나와 함께 한 달 쉬고 있는 나의 가게와 가게 식구들, 한 달간 쉬고 있음에도 새해 인사를 보내주는 손님들, 모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올해는 가게 식구들을 더 늘려볼 생각이다. 그들에게 회사 내규에 집착하던 김팀장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과 성장을 중시하는 김사장으로 다가가련다. 회사 내규를 지키며 사는 삶 말고 회사 내규를 만들어 가는 삶을 살겠다. 삶의 색깔이 다채롭다는 걸 함께 증명하며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11개월 일하고 한 달 살기 하는 삶을 이어가겠다.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내년엔 시드니닷.



일상이야기도 함께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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