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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pr 19. 2022

손이 2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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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말이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처럼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을 닮아있다.


초유의  일이 쉼 없이 일어났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자유를 속박당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인간대 인간의 관계는 고작 숙주가 되어버린다.

일상을 일상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긴 시간들 중 한참 방문객의 명부가 건물 로비마다 마련되던 즈음이었다.

느닷없이 붙은 혹처럼, 나의 직무가 아닌 일을 전 직원이 나누어 맡아야 했다. 싫고 좋고를 논할 수 없이 떨어진 일에 바쁘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니터가 아닌 사람을 마주하는 일도 재미가 붙어갔다.


그렇게 몇 달을 비슷한 시간에 출입 명부를 담당하고 있어 보니 얼굴만큼 손도 그 사람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닮았다'기 보다 '담았다'에 가깝다.


웃는 주름이 진 얼굴인지, 잔뜩 미간을 찡그린 얼굴이 익숙한지 얼굴은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닮아간다고 한다면, 손은 사람의 삶을 담고 있다.


유난히 손톱이 긴 손의 청년은 게임을 즐겨하는 걸까? 아직 공부를 하는 학생일까?

마디마다 굳은살에 베긴 사내는 어떤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일까?

노동으로 단련된 손이라도 손등이 그을린 사람, 필시 장갑을 상시로 끼고 일할 것 같은 사람, 조금씩 다르다.

고무장갑을 장시간 끼고 일하는 손은 미묘하게 불은 느낌이 난다.

세월의 흔적만큼 지문도 마디도 반질거리는 노인의 손톱에는 엄지부터 중지까지 유독 검게 물들어있기도 하다.

나전에서 나물을 까서 파는 할머니일까, 고구마순을 깠을까? 흙 도라지의 껍질을 벗겨냈을까?

블링블링 파츠가 잔뜩 붙은 손톱의 그녀는 아마도 음식하기는 멀리하는 사람이겠지?



명부를 작성하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면 손만큼 그 사람의 현재를 닮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삶의 궤적을 담았고,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고단함까지 묻어있다.

그렇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손이 있기에  자신을 한평생 먹여살리고, 자식과 가족까지 살게 한다.



<오드리 헵번>이 한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As you glow older,
You will discover that you have two hands,
One for helping yourself
The other for helping  others.

  

나이가 들었을 때, 당신은 손이 두 개 있음을 발견할 겁니다.

한 손은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손입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책무가 있는 손. 

나도 먹여 살리고, 타인도 살리게 하는

우리는 모두 2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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