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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Sep 30. 2022

그래서, 삼계탕 맛있냐고!

인생은. 쓰다

복날도 아닌데 삼계탕을 끓이기로 했다. 에어컨 바람도 지긋지긋해지는 8월의 더운 날이다.

아이스커피만 당기고, 불 앞에 서는 일이 싫어지면 반찬부터 부실해진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마트에 가서 10호 닭 한 마리를 샀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삼계탕도 삶는 것보다 기초 손질이 중요하다.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위해서는 닭의 기름기를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마주 하기 싫어도  닭 껍질과 엉덩이부분의 노란 지방 기름을 꼼꼼히 가위로 잘라낸다.

생닭, 생선, 꽃게 정도 아무렇지 않게 손질할 수 있게 되면 엄마가 되는 걸까? 그런  숙연함마저 드는 달갑지않는 과정이다. 

깨끗해진 뱃속에 대추, 마늘, 찹쌀, 밤을 넣고 다리를 꼬아준다. 녹두를 한 움큼 넣고 황기, 오가피나무를 실로 잘 동여매서 압력솥으로 모신다.압력솥에서 구수한 냄새가 퍼지고 다 익은 삼계탕에 만들어둔 찹쌀 누룽지를 넣고 한번 더 끓여내면 끝!!


김이 펄펄 나는 닭을 둘러싸고 식탁에 앉았다.

푹 익은 살 한 점을 소금에 찍어 입안에 넣고는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다.

“엄마, 너무너무 맛있어!”

그렇지! 바로 이맛이다. 이 맛에 요리를 한다. 대단히 어려운 요리라서는 아니고, 맛있게 만들고 싶은 나의 시간과 정성이 스스로도 기특하다.


국물을 한술 뜬 남편이 ‘음~!’하는 소리를 낸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는데, 이 남자. ‘음~’이 끝이다.

고생했다거나, 어떻게 이렇게 파는 것보다 맛있을 수 있다거나.

뭐, 구체적인 다른 표현에 야박하다.

조금 더 영혼이 들어간 후기를 원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칭찬이나  좋은 말을 바라고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란 참 그렇다. 

들을수록 취하는 말. 좋은 점을 높이 평가해주는 그런 말을 은근히 갈구한다. 

글쓰기도 분명 나 좋자고 썼는데 외부의 반응이 궁금하다.

재미는 있는 걸까? 글자를 조합만 해놓은 글이라고 하고 있지는 않나? 


브런치에 글을 써도 통계집계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게 조회수가 ‘0’이던 때가 있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글을 읽는다고 생각해봐도 보지않을 글을 왜 쓰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얼굴을 알리고 싶은 무명배우처럼 서러움이 폭발한다.

좋은 의도로, 즐거이, 준비한 ‘삼계탕’을 맛있게 끓여 먹었으면 된 건데, 자꾸 확인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삼계탕 맛있냐고!?"


글쓰기란 혼자만의 분야가  아니다. 옆에서 흥을 넣어주는 사람의 역할이  주요하다. 특히, 내적 동력이 부족한 나와 같은 부류에게는 그렇다.

'퉁 탁!’

‘그렇지!’

내가 쓴 글에 누군가 반응한다는 건 나만의 고수 반주자를 가진 것이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반응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얼쑤!’,’ 잘한다!’ 같은 추임새로 들린다.

판소리꾼 노래에 장단을 맞추며 북을 치는 고수는 반주나, 여백을 채우는 역할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소리를 이끌어가는 몫을 한다.

장단을 넣어주기도 하고 적절한 추임새로 소리판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다.

그리고 소리하는 사람의 흥을 북돋아준다.

심청가를 5시간 동안 완창 하는 소리꾼처럼 완전히 몰입의 경지로 들어가서  육아 암흑기의 이야기를 수십 페이지 써 내려간 적도 있다.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제대로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내 글을 수십 명, 수만 명이 클릭해서 봐주는 외적인 동력은 중독과도 같았다.


그럴 즈음, 열리던  브런치 공모전에 눈이 갔다. 아니 마음이 이끌렸다.

‘나의 실패 경험담 이야기’ <나도 작가다>에  당선이 되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던 날 만큼 좋았다. 실현되지 않을 일이 실제가 된 것 같았다. 만여 명의 작가들 중 내 글이라니!

초심자의 행운일지 모르지만 의미를 부여했다.

취미생활이라는 핑계 뒤로 아마추어로 이 정도면 되었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작가님의 세계는 너무 대단했고 멀었다. 그들이 사는 세계라고 여겼는데 공모전 타이틀이었던 <나도 작가다>처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


‘제가 거기 들어가도 될까요?’ 입구에서 머뭇대는 내게 확실한 ‘큐-사인’을 준 것이다.

이런 강력한 외적 동력은 더 잘 쓰고 싶게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가서 닿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잘 써야겠지. 최소한 부끄러운 글을 되지 않아야 하니까…


잘 끓여놓고 대놓고 물어보자.

‘얼마나 맛있어? 그래서 어떻게 맛있어?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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