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 공감의 기회
“달러 구트, 푹 쉴 때 꾸기 좋은 꿈은 어떤 게 있나? 추천 좀 해주게. 이번에 돌아가면 2박 3일은 내리 잠만 잘 거야. 정말 피곤하군.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봐.”
<달러 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크리스마스 시즌,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리는 꿈을 내려놓고 산타클로스인 니콜라스가 휴식할만한 꿈 추천을 부탁할 때 나오는 부분이다.
산타클로스가 꿈을 만드는 설정이나 푹 쉴 때 좋은 꿈같은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글 속에 빠져든다.
‘푹 쉴 때 꾸기 좋은 꿈은 뭘까? 멋진 휴양지에서 쉬는 꿈? 거위털 침구에 폭신하게 파묻힌 꿈? 아니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숙면 캔디를 줄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소설은 허용된 허구의 세계이다. 게다가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은 현실에는 없는 판타지 세계를 다룬다. 잠들어야 입장할 수 있는 곳 , 잠들면 꾸는 꿈을 백화점을 통해서 사고 판다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판타지 소설은 독자층이 좁다고 하는데 전세대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다.
무엇인 판타지 소설은 안 읽는 독자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게 했을까?
탄탄한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이나 공들여 묘사된 인물, 꿈을 사고파는 신선한 설정도 한 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고 누군가에게 일어났던 이야기처럼 친근하다.
작가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꼭 쓰리라 결심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았다. 허구 속 현실이 우리의 이야기 같은 이유는 수십 년간 현실 속 꿈 이야기를 수집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대를 나와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적은 없지만 재밌는 작품이면 만화책부터 드라마 대본집까지 가리지 않고 보면서 이미예만의 방식으로 재미 분석을 한다. 캐릭터 이름이 언제부터 외워지는지, 두 줄짜리 문장이 몇 초 안에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지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수백 작품을 분석한다.
판타지 소설에서 두줄 짜리 문장이 몇 초안에 머릿속에 그려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세계관을 독자에게 탄탄하게 심어놔야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세상에는 없는 일을 글만으로 전달하기 위해 요소마다 공들인 묘사로 그려낸다.
어떤 병에 담긴 꿈을 사 가고 값을 무엇으로 지불하는지 누가 꿈을 만들어내는지 촘촘하게 쓰면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따라간다.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글이 되려면 애쓰지 않아도 빠져들게 해야 한다. 마치 발만 올리면 스스륵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처럼 미끄러지듯 글 속으로 잡아당겨야 한다
[아쌈은 이 골목에서 일하는 녹틸루카 중 하나였다. 녹틸루카들은 잠든 손님들이 옷을 훌렁훌렁 벗고 다니지 않도록 항상 100벌이 넘는 수면용 가운을 짊어지고 손님들을 쫓아다니며 옷을 입히는 일을 했다. 그들은 몸에 비해 커다란 앞발과, 옷을 여러 벌 걸고 다니기에 알맞은 기다란 발톱, 푸근한 생김새 때문에 이 일을 하기에 제격이었다]
현실에는 없는 녹틸루카란 생명체를 설명하려면 모습부터 성격, 하는 일까지 부여해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지만 그 가상 세계는 묘하게 현실과 닮아있다.
한정판 예지몽은 사려는 사람의 목적이 로또번호를 미리 알고 싶거나 미래의 아내를 알아보고 싶다면 그 손님에게는 예지몽을 판매하지 않는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나와 로또 번호를 불러주면 좋겠다”하는 현실 속 진심 섞인 농담을 해봐서인지 진짜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꿈 백화점에서 그러지 말고 예지몽을 팔라고 불평을 피울 것 같은 상상이 된다.
먼저 하늘로 떠난 사람이 나타나는 꿈은 알고 보니 먼저 떠나간 사람이 맡겨둔 '특별한 꿈'으로 나온다.
일찍 나타나면 너무 슬퍼할까 봐, 늦게 나타나면 그리울까 봐 할머니가 남겨진 손자가 걱정하지 않게 나는 아프지 않고 잘 살고 있다는 꿈을 통해 전한다.
꿈인걸 꿈속에서 깨닫고 깨지 않고 싶어 하는 손자의 마음을 나 역시 느껴봐서, 가끔 나타나는 꿈속의 아버지가 외로워 보이지 않아서 혼자 위로했던 적이 있어서 진짜 '특별한 꿈'이 미리 맡겨두고 간 꿈이었다면 하고 믿고 싶어 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에서라도 만나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을 꿈으로라도 꿈꿔보는 일을 그런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줘서 꿈을 믿어보고 싶게 한다.
글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 경험하면서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잘 가공하고 한입에 먹기 좋게 포장해서 공감이란 파동을 일으킨다.
파동이 되는 글을 위해서 현실의 너와 내가 겪었을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잘 단련된 펜 끝으로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나열한다. 위로이든 경험이든 생각의 여지이든 공들여 쓴 글은 어떤 장르이든, 이야기든 불문하고 마음에 움직임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