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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Feb 19. 2020

먹지도 못할 프리지아 꽃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선물 받았다.

모든 상황이 예상과는 다른..


선물 중 최고라는 깜짝 선물인 데다 꽃을 받을 핑계가 없는 아무 날도 아니었다.

꽃을 준 사람은 이성도 아닌 여자였고,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저, 그냥 생각이 나서였다.


내가 일하는 곳 근처 꽃시장에 들렀다가 노오란 프리지아 꽃을 보고 그냥 생각이 났다고 했다.

내가 이 근처에서 일함이.

또 내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이란 말이 이리도 따뜻한 말이었던가... 보온밥통 속 식지 않는 밥처럼 '그냥'이 내 마음속에서

계속 온기를 내고 있다.


며칠 전,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이었다.

겉옷에 한기를 한껏 품은 그녀는 바람에 꽃이 상할까 봐 신문지로 덧 싸인 꽃을 내밀었다.

그렇게 숨 막히게 예쁜 노란색 꽃은 마치 처음보는 것 같았다.

 

퇴근길 내 손에 들려있는 꽃을 보고 보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물었다.

"웬 꽃이에요?"

일상의 다른 쉼표처럼 꽃은 그렇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그리고 "그냥요. 꽃을 선물 받았어요"하고 답하는 내 안에도  생화가 주는 생명력이 번진다.


꽃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웃음이 났다.

겨울의 끝에서 받아 든 봄의 향기를 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 꽃은 어떤 마음으로 샀을까?'





꽃은 언제가 가장 빛나는 순간일까?


'꽃을 선물해야지' 마음을 먹은 그 시점.

어떤 꽃을 고를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순간?

꽃이 다치지 않게 신문지로 싸서 품에 안아서 가져오는 발걸음에 몸을 맡겼을 때

예상치 못한 꽃을 선물 받은 순간?

꽃을 유리병에 꽂아두고 보고 있을 때거나

시들어 꽃이 없어졌을 때에도 진하게 그 꽃을 받은 기억이 함께 할 때?




생각해보니 꽃은 이상한 존재다.


아무 말이 필요 없다.

그저 꽃이면 된다.


축하의 순간을 꽃 하나만으로도 대신해준다.

사랑의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꽃을 선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존재가 되게 만든다.


조심히 손에 쥔 꽃처럼 그 마음도 귀하게 손으로 받아 들게 한다.





집에 돌아와 프리지어 다발을 풀어놓고 유리병에 꽂았다.

꽂아두고 고양이가 잘 지나다니지 않는 위치를 생각하다가 식탁에 놓아두려니 아무래도 생활의 흔적이 마구 올라가 있는 너저분한 식탁이 꽃과 어울리지 않았다.

약병이며 공과금 영수증을 치우고 꽃병을 놓아두었다.


밥을 먹는 순간에도, 식탁 옆을 지나갈 때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한 번씩 흘깃 눈길을 줄 때마다

이상하게 배가 부르다.


그렇게 먹지도 못할 프리지어 꽃은 식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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