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맵다 쓰다 Mar 15. 2020

아줌마는 스타벅스에서 4600원으로 뭘 사고 싶을까?


적십자가 들으면 놀랄만한 말!


'커피 수혈!'

내가 만든 말인지 어디서 들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의도한 뜻이 전달되는 걸 보니 공감이 되는  외계어임은 틀림없다.


밥보다 커피가 중요한 시대에 사는 우리들..



처음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던 건 1999년 이화여대점.

IMF의 여파가 남아있던 그때 밥보다 비싼 커피라니!

허영의 상징물처럼 4천 원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20년 세월의  가파른 물가상승 때문인지, 커피에 대한 인식의 변화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나서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와도 된장녀란 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에 따른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커피 말고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캐치프레이즈를 처음 들었을 땐

'뭐래? 분명히 커피를 팔면서?' 하는 생각을 했다.

대동강 물 판다는 봉이 김선달급 마케팅이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그런 걸 내다보는  안목은 없었나 보다.

우리가  그들의 말대로 문화를 파는 마케팅에 제대로 녹아들 줄 상상도 못 했으니까!



얼마 전, 유튜브에 플레이시켜 둔 음악을 듣고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와 음악 좋아요!무슨 노래예요?''

내 대답은  ''이거 스타벅스 매장음악이에요''으로 끝났다.


이제 어떤 음악 장르처럼 스타벅스 매장 음악도 고유명사가 된 걸까?

정식 유통은 아니지만  누군가  애써서 리스트를  만들어 올리고 나처럼 찾아 듣는 걸 보면 그 단어만으로도  통하고 느끼는 문화가 생긴 게 확실하다.



전 세계 매장이 공통적으로 트는 그 음악의 시작은 친구에게 추천할만한 음악 리스트가 시작이었다고 한다.

각 장르를 넘나드는 재즈, 팝, 컨트리 뮤직, 클래식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특정 세대를 한정 짓지 않는 음악 리스트..

대화와  작업에 방해받지 않을 만큼의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엄선된 카페 백색소음이란 말이 어울린다.



시공간을 막론하고 나만의 카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는 지금!


카페 음악 리스트도, 가정용 커피머신이 필수가전처럼 놓여있는 그런 시대인데도 왜 여기저기 coffee란 간판이 즐비한 걸까?


아마도 카페란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고유의 것이 있어서가 아닐까?


내 경우로 생각해보면 스타벅스에 혼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지겨움에 몸서리 쳐질 때쯤 문 밖을 나서고 싶은 작지만 강렬한 욕망이 늘 있다.



직장인.

소속된 모임의 일원.

아내.

엄마.

며느리.


성인이 되니  나라는 사람에게  타이틀 목걸이가 하나둘씩 더 걸린다.


그 목걸이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목적이  없이 카페를 찾아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여유란 말보다 호사로 느껴질 만큼 특별한 행사가 되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라떼를 마실까? 오래 두고 마시기엔 라테보다 아메리카노가 낫겠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평소 별로 관심 없던 재즈음악을 발끝으로 따라가며 심취해보고 건너 자리 일행의 이야기도 슬쩍 귀 기울여본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 공간의 한 조각처럼 나도 그 순간, 근사한 사람이 된 느낌..


이런 비생산적이지만 즐거운 일련의 과정을 즐기면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겠지만  

가장 원하는 건! 바로, 여유만이 줄 수 있는 몰입!




사람들이 원하는 몰입의 대상은  공부, 대화, 노트북 화면, 혹은  커피...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이걸 주문하고 싶어서 간다.


공식적인 의식의 공백!

쉽게 말하면 '멍 때림'


나에 대한 몰입의 의미로 혼자 카페에 가서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여유를 허락한다.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 그란데 사이즈,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4600원어치 몰입을 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향 집에 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