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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pr 09. 2020

독자를 낚았습니다.

어느 브런치 작가의 고백

 사실, 나는  글을 잘  낚는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은 조회가 많이 된다는 말이다.


조회가 많이 되려면 누군가 내 글을 클릭해서 들어오는 확률이 높여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좀 들어와봐 주세요!' 할 수도 없는 일이고 30자 안에 어떻게 내 글이란 존재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처음에는 조회수가 글을 쓰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올라가는 숫자를 따라 쓰고 싶은 마음도 증폭시켰다.


조회수가 의미하는 게 모두 내 글이 좋아서만은 아니란 걸 알면서 그랬다.

'사람들은 어떤 걸 기대하고 나의 제목을 클릭하고 들어왔을까?'


글의 첫 문장을 읽고 마법처럼 끝까지 단숨에 읽었는지..

'뭐야'하고 바로  '뒤로 가기'버튼을 눌러버렸는지...


조회수만 보고 그들의 사정은 모른 체 하고 싶었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선 지워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가 좋을 때로 생각하면 그만이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글이 읽고 싶어 들어온 사람이 1%는 될까?'


이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브런치 작가가 있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그건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걸!


열서너 명이 봐주는 글이든 몇 십만 번이 조회된 글을 쓰는 작가이든지 말이다.



알면서도 나는 늘 어떤 제목으로 독자를 낚아볼까 고심한다.

예비작가도 작가란 알량한 자존심이 있는 건지,

너무 천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또 의미도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아이러니하게 많이 봐주면  더 좋겠다.


생각보다 내 낚싯대의 찌는 잘 흔들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베테랑 강태공이다.


[출간된 책이 서가에 꽂히면 가로, 세로 20*225mm의 공간을 할당받는다.]란 책의 글귀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작 2cm...


0.1초 만에 변하는 세상인 랜선 세상에서 나에게 할당받는 공간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0.2cm?


그 글귀에도 비겁한 위로를 받았다.

나는 누군가의 눈길을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2가지 일을 할 뿐이다.

열심히 쓰고,

0.2cm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누군가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

이유야 어떻든 보지 않는 글보다는 봐주는 글이 훨씬 살아있는 거 아닐까요?라고..


오늘도 열심히 미끼를 손질하는 나와 여러 브런치 작가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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