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사이
위의 배경은 호주 시드니에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컨츄리 클럽에서 찍은 사진이다. 호주의 하늘은 정말 맑다. 솜사탕같이 예쁜 구름들 하며 마스크 없이 살 수 있는 맑은 공기와 자연은 내가 아직도 호주에서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한국을 떠나 호주에 정착을 하게 된 것도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시간들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다시는 그렇게 새롭게 모든 것을 다시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어릴 적 주한 미군에서 군대 복무를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AFKN (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을 TV 나 라디오로 자주 보고 경청했었다. 사실 경청이라기보다는 아버지가 항상 집이나 차에서 틀어놓고 계셔서 어쩔 수 없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가끔 아는 단어가 방송에서 나오면 따라 하곤 했다. 내가 어릴 적 그 당시에는 유튜브나 틱톡 또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없었고 볼 수 있는 TV 방송도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몇몇 정규 TV 채널 (MBC, KBS, 그리고 SBS)이나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아마 그런 제한적인 환경이 또한 내가 AFKN 방송에 더 관심을 보이기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릴 적 영어를 접하게 해 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에 정말 많은 흥미를 느꼈다. 한국말을 할 줄 알면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전라도나 제주도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한국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듯이, 영어를 하게 되면 거의 전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TV에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 슈퍼 모델 대회를 보게 되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전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어린 여자 모델들을 보게 되었고 어린 마음이었지만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저 모델들과 꼭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는 실천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당장 영어 공부를 하며 외국인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당시에 유행하던 펜팔을 시작하면서 해외에 있는 여러 명의 펜팔 친구들과 손 편지를 교환하며 오랜 우정을 쌓았다.
어릴 적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대학교도 영문학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전국 대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도 나가고 저녁에는 영어 스터디도 할 정도로 참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외국에 나가서 영어공부를 더 잘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대학교를 다니며 주말에 짬짬이 일 년 정도의 막노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생활 자금을 마련하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게 됐다. 그 이후 호주로 이민을 갈 결심을 하게 됐다.
이민이 말이 쉽지 사실 한국에서의 모든 삶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었다. 한국에서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나에게 새로운 곳에서 다시 모든 것을 시작하는 것은 큰 모험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 부모님과 여동생을 나 두고 이민을 간다는 것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나는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탔고 나는 이미 호주에서 나의 새로운 삶은 시작됐다.
모든 사람의 경험은 다 유일하며 독특하다. 나는 나의 호주 직장 생활의 경험이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1세대 한국 호주 이민자들은 청소나 세탁소와 같은 서비스업 또는 한국식당 또는 한인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다. 다들 정말 열심히 사신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시거나 자식을 데리고 이민을 오시는 분들은 곧바로 생활 전선에 투입돼서 호주 사회에 완전히 영입돼서 생활하기보다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일을 하시고 한국에서 사는 것과 비슷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사실상 많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험을 했다. 한국에서 일해서 벌었던 돈과 가족의 지원을 통해 거금을 들여서 호주 시드니에 있는 맥쿼리 마케팅 대학원 (Macquarie University)에 입학했다. 그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파고다 영어 학원에서 TOEFL IBT를 몇 개월을 공부한 것을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다시 고3으로 돌아간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현재는 호주에서 3가지 일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대기업 직장인으로, 두 번째는 내가 공부했던 맥쿼리 비즈니스 대학교의 대학 강사로, 마지막 세 번째는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 1인 기업가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편하게 누군가에게 대화하듯 어찌 보면 호주판 '미생'과 같은 나의 직장 생활 그리고 그 과정으로 가기 위해 내가 보냈던 시간과 경험, 그리고 전략들을 이 brunchstory라는 곳에서 펼쳐보려고 한다. 호주를 가기 전에 나와 같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책을 찾으려고 아주 여러 번 서점을 방문하고 온라인으로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나 일반적인 이민 생활에 대한 책들은 찾을 수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호주 직장 생활을 하고 호주 회사원들의 생활은 어떤지에 대한 내용이나 책들은 없어서 내가 직접 작가가 되어 앞으로 관심이 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나름대로 호주에서 15년을 생활하며 알게 된 정보나 경험들도 다 녹여서 공유할 예정이다. 딸 바보 아빠인 나에게 나의 지난 호주 전 후 20년의 생활들을 다시 돌아보고 싶은 계기도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경험과 스토리는 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며 이 머리말을 마친다.
다음이야기... '2010년 어느 추운 겨울날 서울 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