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의 겨울은 정말 춥다. 호주에 15년을 살면서 느낀 거지만 한국과 같이 추운 곳에서 살지 않다 보면 몸이 따뜻한 날씨에 적응이 돼서 한국과 같은 겨울 날씨를 견디기가 힘들게 된다. 물론 내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영향도 있겠지만 가끔 겨울에 한국에 오면 너무 추워서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면서 추위를 느낀다.
2010년 겨울, 호주로 떠나기 전 나의 몸은 한국의 겨울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나이도 어렸지만, 그해 겨울은 심적으로 많이 추웠다. 안정적인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남들이 정장을 입고 지하철에 출근을 할 때 츄리닝을 입고 종로에 있는 파고다 학원으로 출근하는 나의 모습은 내가 봐도 초라해 보였다. 지하철에서 누구 하나 나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는데 나는 혼자서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쳐다보는 사람에게 "사실 호주 대학원에 가기 위해 파고다 영어 학원에 갑니다." 혹은 "나는 살기 좋은 호주로 이민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말 아침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탈 때마다 아니면 퇴근 시간에 다른 직장 동료들과 정장에 멋진 구두를 신은 직장인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정말 이게 잘하는 짓인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닌지 수백 번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호주로 가기로 결정을 했고 호주에서 더 나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사실상 유일한 방법으로 보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나는 그냥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한 일자리를 구하기보다 호주 주류사회에 속해서 일하고 호주에서 호주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며 살고 싶었다.
호주 대학원에 가려면 국제 공인의 영어 테스트 점수가 필요하다. 호주 대학원은 IELTS나 TOEFL 점수를 인정하고 있었는데, 나는 나에게 더 익숙한 TOEFL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나는 지금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파고다 학원에서 TOEFL 모의시험결과를 보고 나의 그 알량한 자신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감은 개뿔, 1년 내내 이 학원에서 썩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미 잘 다니던 직장도 관두고 벌어놓은 돈을 까먹으며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필요한 점수를 따는 일이 시급했다. 난 정말 고3으로 돌아간 것처럼 미친 듯이 공부했다. 맨날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나름대로 꽃단장하던 나는 사라졌고 정말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때까지 공부했다. 하루는 남들이 다 놀고 신나게 즐기는 크리스마스 날에 공부하는 나 자신을 보며 이렇게까지 하는데 잘될꺼야라는 자기 최면을 하기도 했다. 서글프기도 했지만 곧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했다.
확실히 학원 수업은 도움이 됐다. 모의고사를 통해 시험의 구조를 확실히 파악하고 기계적으로 빨리 답변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나니 점수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4개월에 걸쳐 공부한 끝에 2번째 TOEFL IBT 시험에서 대학원 원서에 필요한 점수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받을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빨리 호주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하다. 내가 호주에서 회사에 취업하고 호주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렇게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한국에서 종로나 파고다 학원을 지날 때 그때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그립기도 하면서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혹시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TOEFL 시험을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각 테스트 섹션 (Reading, Listening, Speaking, and Writing) 마다 자기만의 정리노트를 만드시기를 추천한다. 완전히 각 섹션의 문제 구조와 질문 형태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인지하고 있어야지만 시험이라는 제도에 여러분의 영어실력이 가려지지 않는다. 아래는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었던 TOEFL IBT 시험 대비 준비집의 일부분을 공유한다.
다음 이야기... '호주 이민 시작과 대학원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