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노 Mar 02. 2024

EP 3. 호주 이민 시작과 대학원 생활

A fresh new start!

이미 호주 시드니에서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해봤던 나에게 호주는 어느 정도 익숙했다. 하지만 이민은 아예 삶의 터전이 바뀌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싱글이었던 워킹 홀리데이 시절과는 다르게 결혼하고 호주에 이민 온 나는 이미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나에게 정말 중요했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호주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고 회사에 취업하려면 호주에서 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인 케이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거의 어렵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영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이 이력서에 한국에서 받은 학위나 경력만으로는 인턴쉽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는 현지 경험을 중요시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 실리적인 것이다. 이민자들이 많은 호주에서 현지의 사무직 경험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영어 의사소통 가능하고 현지인들과 같이 일해봤다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호주 현지 회사 인사팀들도 되도록이면 현지인이나 아니면 현지 경험이 있는 신입 사원을 뽑으려고 하는데 이는 채용 후에도 상대적으로 퇴사나 회사 적응과 관련된 문제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의 법인 영업관리직을 했던 나는 호주에서도 똑같은 영업 관련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매달 달성해야 하는 매출 그리고 법인 고객을 찾아가서 그 매출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 매달 반복해야 했던 영업활동들이 힘들면서 숨이 막혔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싫지는 않았지만 계속 반복되는 회사 일상과 영업직일을 하다 보니 조금 더 전략적이고 전문성을 갖고 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갖고 싶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마케팅이었다. 마케팅은 영업처럼 심하게 매출 달성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도 되고 영업과도 관련이 있어서 마케팅을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겨서 시드니에서 마케팅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들을 찾아봤다. 시드니에는 여러 유명한 대학교들이 많은데 그중에 대표적인 학교들이 시드니 대학교 (Sydney University), UTS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NSW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그리고 맥쿼리 대학교 (Macquarie University)이다. 나는 몇 가지 사항들을 조사해 보고 마지막으로 맥쿼리 대학교를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맥쿼리 대학교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LinkedIn을 찾아보니 호주 시드니에서 마케팅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맥쿼리 대학교를 나온 졸업생들이 많았다. 또한 맥쿼리 대학교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련 전공들이 유명했다. 한국도 대학교마다 유명한 전공들이 있듯이 시드니에 있는 대학교들도 각 학교마다 더 유명한 전공 학과들이 있었다. 마지막 이유는 캠퍼스가 시내에서 떨어져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보다 캠퍼스가 넓고 푸른 잔디가 많아서 정말 내가 호주 대학교에 왔구나 라는 느낌이 들게 해서 좋았다. 시내에 있는 학교들을 보면 캠퍼스 자체가 작기도 하고 시내랑 너무 근접해 있어서 사람들도 많고 복잡했다.




맥쿼리 대학교 캠퍼스는 너무 이쁘고 시설도 깨끗했다. 특히 내가 입학할 당시에는 도서관을 새로 완공해서 새 책상에 새 의자를 쓸 수 있었다.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생들만 출입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이 있어서 더욱 편리했다. 다른 대학교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원생들을 위해 그렇게 배려를 해주는 학교 측이 고마웠다. 이 글 맨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들은 예전과 최근에 내가 직접 맥쿼리 대학교의 풍경과 도서관을 찍은 것이다. 맥쿼리 대학교는 자연과 잘 어우러져 푸른 잔디들이 많고 예쁜 호수와 연결된 계곡 소리는 정말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호주 맥쿼리 대학교 전경
호주 맥쿼리 대학교 계곡




하지만 사실 나는 그 깔끔하고 새로운 대학원 시설들을 만끽할 새도 없이 대학원 오리엔테이션 및 수업 준비들로 정신이 없었다. 한국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이 있었지만 두꺼운 마케팅 서적들을 원문으로 읽고 논의하고 과제를 하는 것은 녹록지가 않았다. 원문 서적들을 읽다 보면 모르는 단어도 정말 많았고 그걸 일일이 찾아가며 문맥을 이해하려고 했던 나는 정말 토끼와 거북이 우화의 거북이가 된 느낌이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호주 대학원생들과 비교해서 나의 독서 속도는 너무 더디고 느렸기 때문이다. 졸지에 영어 거북이가 된 나는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기간들이 다가오면 학교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정말 아침 9시에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이 끝나는 저녁 10시에 공부를 마치고 나왔다. 나와 친했던 같은 학과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나를 찾으려면 도서관에 가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성격상 대충이 없었던 나는 과제도 건성으로 하고 싶지 않았고 영어 독해력도 호주 대학원생들과 비교해서 엄청 느렸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을 최대한 의자에 오래 앉아서 장기전으로 끝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주 맥쿼리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호주 맥쿼리 대학교 도서관 대학원생실
호주 맥쿼리 대학교 도서관 대학원생실 안


공부도 공부였지만 대학원을 통한 나의 최종 목적은 안정적인 직장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었다.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취업서비스를 제공하고 돕는 곳이 있었는데 나는 대학원을 시작하자마자 취업 준비에 나섰다. 처음 취업서비스센터(사진)에 찾아갔던 나는 처음부터 아주 값진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꼭 현지 경험이 있어야 직장을 구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지 경험은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마케팅 분야의 관련 경험을 뜻했고 나는 부랴부랴 마케팅 인턴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영어 거북이였던 나에게 인턴쉽 헌팅은 내가 캠퍼스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호주 맥쿼리 대학교 취업서비스센터


한국에서 대리 진급차였던 나에게 학생신분으로 인턴쉽을 찾는 일이 심적으로 쉽지 않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어떻게든 호주에서 직장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인턴쉽을 알아봤다. 알아보니 인턴쉽도 종류가 다양했다. 무급 인턴쉽, 돈을 적게 주는 유급 인턴쉽, 그리고 정말 직장처럼 월급을 주는 인턴쉽이 있었다. 처음에는 유급 인턴쉽 위주로 지원했지만 인터뷰 기회조차도 잡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무급 인턴쉽 일자리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인턴쉽 원서를 뿌리고 나니 우여곡절 끝에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운 좋게 무급 인턴쉽을 구할 수 있었다. 드디어 호주에서 첫 회사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때에 내 심정은 간절했고 정말 감사했다. 무급 인턴쉽이기는 했지만 그 경험이 유급 인턴쉽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너무 흥분이 됐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다음이야기... '새로운 터전, 호주에서의 인턴쉽'

이전 02화 EP 2. 2010년 어느 추운 겨울날 서울 종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