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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노 Apr 17. 2024

EP 4. 새로운 터전, 호주에서의 첫 인턴쉽

호주 취업에 한걸음 다가가기

나는 걱정이 많다. 이민은 왔지만 호주에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은 구할 수 있을지 걱정에 또 걱정을 했다. 그래서 대학원을 다니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계속해서 알아보니 호주는 현지 경험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졸업 후 마케팅 사무직에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던 나는 한국에서도 없었던 마케팅 관련 경험을 쌓는 게 시급했다. 어떻게 하면 호주에서 내가 마케팅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 답은 인턴쉽이었다. 영업관리직이었지만 한국에서 대리 진급차였던 내가 인턴사원이 된다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때는 이민초기라 인턴쉽 자리도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인턴쉽도 각양각색이었다. 돈을 아예 주지 않는 무급 인턴쉽, 최저입금만 주는 인턴쉽, 그리고 정말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돈을 주는 인턴쉽이 있었다. 나는 처음에 돈을 주는 인턴쉽만 지원했었다. 대학원 취업센터에서 알려주는 정보들과 호주에서 취업사이트로 유명한 seek.com.au를 찾아보며 원서를 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뷰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초창기에 유급 인턴쉽 자리를 20-30군데 정도 원서를 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원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대학원 공부하면서 유급인턴 자리 알아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다른 현지 대학생들도 마케팅 인턴쉽 기회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급 인턴쉽은 이미 마케팅 인턴쉽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이 많이 지원해서 나처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서류전형에서 걸리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하는 수 없이 무급 인턴쉽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여러 개 원서를 낸 후에 다행히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호주에서 처음 인턴쉽을 하게 된 곳은 Catholic Healthcare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노인분들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케어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marketing assistant internship을 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미군 고객사 영업 관리직을 했던 나는 영어 인터뷰에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됐다. 다행히 나는 인터뷰를 자신감 있게 임했고 드디어 내가 바랬던 인턴쉽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설렘 반 긴장 반, 나는 그렇게 호주에서 첫 번째 회사 사무직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처음 와서 낮에는 영어학원 다니며 저녁에는 사무실 청소를 했었다. 공교롭게도 사무실을 청소하던 곳이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였는데 나도 여기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회사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인턴쉽이 정식 일자리는 아니었지만 호주에서 그렇게 사무직 인턴쉽을 얻어다는 건 나에게 정말 큰 일이었고 내가 원하던 방향의 미래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첫 출근 날이 다가왔다. 한국에서 가져온 정장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두를 신고 출근 준비를 했다. 그 정장과 구두는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주로 입고 신었던 것들인데 막상 오랜만에 정장에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니 괜히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자신감이 생겼다. 아무래도 맨날 대학원 도서관에서 살면서 운동복을 입고 생활하던 내가 갑자기 어디에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사무실은 내가 살고 있던 집과 멀지 않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집의 차를 항상 쓸 수 없었던 나는 페리(배)를 타기 위해 집에서부터 배 선착장까지 그리고 사무실까지 걸어 다녔다.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일단 내가 무급이라도 일을 하러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인턴쉽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인턴쉽은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을 했다. 다행히도 Catholic Healthcare 측에서 나의 대학원 시험기간에는 일주일 한번 출근해서 학업에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첫날은 나를 면접 봤던 Catholic Healthcare의 마케팅 담당자(Jodie)가 친절하게 인턴쉽을 하면서 같이 일하게 될 직원들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마케팅 팀은 크지 않았지만 모두들 친절했다. 나의 주된 업무는 마케팅 행사 및 캠페인 준비, 행사 후 참석자 설문 조사 결과 분석 및 통계, 그리고 마케팅 전략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했기 때문에 많은 일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영업관리 경험만 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들이었고 그 경험들이 나의 이력서에 경력으로 쌓이게 되었다. 인턴쉽을 하나 하고 나서 또 다른 인턴쉽 인터뷰를 보는 건 아무 경험없는 것과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일단 경험이나 경력이 있으면 그걸 가지고 얘기를 잘 풀어서 더 좋은 다양한 인턴쉽 경험 기회를 조금 덜 어렵게 구할 수 있다.


인턴쉽을 하게 되면 마케팅 관련 업무 경험도 쌓게 되고 이력서에 적을 경력이 되지만, 인턴쉽을 한 곳에서 링트인 (LinkedIn)으로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는 것도 다음 인턴쉽을 구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현지인에게 받은 온라인 추천서는 내 링트인 프로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추천인들에게 직접 연락해서 나에 대한 평가도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인턴쉽 끝나고 꼭 요청하기를 추천한다. 이건 어느 나라에서 인턴쉽을 하던지 동일하게 물어보고 요청하면 자신에게 언젠가는 득이 될 거라 믿는다.


Jodie 가 내 링트인에 써준 추천서


Robyn 이 내 링트인에 써준 추천서


마지막 인턴쉽 출근하는 날에는 조금 짠했다. 내가 처음으로 호주에서 한 인턴쉽이기도 했고 언제 Jodie와 Robyn을 볼 수 있을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듯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감사 인사를 전해며 마지막으로 같이 점심을 먹고 다음을 기약했다.


인턴쉽 마지막날 Catholic Healthcare 마케팅 담당자들과 점심식사 (왼쪽이 Jodie, 그리고 오른쪽이 Jodie 매니저 Rob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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