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턴쉽
위의 사진은 내가 호주 Yahoo!7 (현재는 Yahoo! Australia)에서 인턴쉽을 마치고 Consumer Marketing 팀원들과 작별 점심식사를 하는 사진이다. 호주 회사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같이 일하는데 마케팅 팀 같은 경우는 부서 특성상 호주 현지인 또는 그나마 문화가 비슷한 영어권 국가인 영국 또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많이 일한다. 내가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할 때도 아시아계 국제 학생들은 그 당시 대부분 회계나 파이낸스 쪽으로 많이 집중되어 있었다. 위의 사진에 있는 팀원들도 모두 호주 현지 사람들이다.
이미 무급 인턴쉽을 했던 나는 유급 인턴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급 인턴쉽을 알아보던 중 내가 다니던 맥쿼리 대학원에서 유명 기업들과 연계해서 인턴쉽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아예 인턴쉽 프로그램을 하나의 정규 대학원 이수과목으로 인정해주고 있었다. 이때다 싶었다. 이미 호주에서 한번 인턴쉽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인턴쉽 전형에서 채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왠지 모르게 흥분이 됐고 인턴쉽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의 리스트를 확인하고 기존 대학원생들이 했던 인턴쉽 후기들을 참고해서 내가 가고 싶은 기업들을 적어봤다.
1. eBay
2. Yahoo!7 (현재는 Yahoo! Australia)
3. 기타 등등
여러 회사들이 많았지만 이왕이면 이름만 들어도 모든 사람들이 잘 알만한 기업에서 인턴쉽을 하고 싶었다. 그건 나중에 자랑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기업에서 인턴쉽을 해야 나중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정말 이 부분이 내가 취업을 할 때 유리하게 적용됐다. 추후의 글에 더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첫 취업을 할 때 취업면접관은 내가 Yahoo!7에서 인턴쉽을 했던 경험과 관련해서 질문을 여러 번 했다. 아무래도 나의 이력서에 모르는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보다 조금 더 잘 알려진 기업에서 인턴쉽을 한 경험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처럼 호주에서 여러 명의 지원자가 같이 들어가서 하는 식의 면접을 해본 기억이 없다. 면접관이 여러 명인 인터뷰는 많이 해봤지만 지원자가 여러 명인 인터뷰는 없었다. 호주에서의 면접은 정말 자연스럽다. 딱딱히 정해진 Q&A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이력서 이면의 정말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서 인터뷰를 한다. 물론 내가 지원하는 직무에 맞는지 그리고 관련 경험이 정말로 있는지를 판단하는 인터뷰이지만 호주에서 마케팅 관련 인터뷰를 하게 되면 누군가와 그냥 일정 시간 동안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과 대화를 집중적으로 하는 느낌이 든다. Yahoo!7의 인터뷰도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Consumer Marketing 팀장인 Kate와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었는데, 정말 편안하게 친구를 만나서 대화를 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긴장이 됐었지만 Kate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맞아줘서 긴장했던 마음이 쉽게 녹아내렸다. Kate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살아온 배경과 왜 이 인턴쉽을 지원했는지에서 설명했다. 지금이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게 한국어를 하는 것만큼 편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내 영어 발음을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을 했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잘 이해를 못 한 부분도 부끄러워서 이해한 척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Kate과의 대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었고 이야기가 술술 잘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래도 국제학생이었던 나를 Kate가 처음부터 친절하게 배려해 줘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Yahoo!7 (현재는 Yahoo! Australia)이나 eBay 같은 기업들은 호주에서나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기 때문에 많은 대학원 지원생들이 몰렸다. Yahoo!7은 우리 대학원에서도 여러 명이 지원을 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인턴쉽을 얻게 되었다. 나는 너무 신나서 구름 위를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Kate에게 들은 얘기지만 Kate는 내가 지원자 중에서 제일 진솔하고 겸손했던 점이 좋았다고 귀띔해 줬다. 호주에서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모습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건방지거나 너무 과잉적으로 자신감 있는 모습은 그렇게 좋게 보이질 않는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지만 호주에는 Tall Poppy Syndorme (키 큰 양귀비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권 국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등)에서 쓰이는 말로 또래나 동기보다 너무 잘나고 뛰어난 사람들을 깎아내리고 싫어하는 사회현상을 뜻한다.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얀테의 법칙 (Jante Law)라고 불리는 사회적 성향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인턴쉽이고 인터뷰 지원자들은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Kate 측에서는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는 태도가 좋은 지원자를 뽑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화적인 부분이 미국에서 일하는 문화와는 조금 상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성향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어느 정도 잘 맞았다.
나는 Consumer Marketing 인턴으로 리포팅 툴들을 이용해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일을 했다. 또한 포토샵이나 기본적인 HTML을 이용해서 조그마한 광고를 올리고 그 광고 성과를 모니터 하는 일을 하였다. 분석은 기존의 인턴쉽에서 해봤지만 그렇게 다양한 리포팅 플랫폼들을 써보지 않아서 좋은 경험이었고, 광고를 올리고 그 성과를 모니터 하는 일은 새로운 일이라 열심히 배웠다. 무엇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팀 전체 분위기 좋아서 일하는데 편안했다. 거기다 아래와 같이 조금이나마 시드니 하버브리지를 볼 수 있었던 사무실 창밖 경치는 너무 아름다워서 대학원 공부와 시험준비에 줄 곧 지쳤던 나에게 소소한 마음의 위로가 되곤 했다.
Yahoo!7에서 했던 총 인턴쉽 기간은 3개월이었다. 아쉬웠지만 나는 정들었던 팀과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인턴쉽이 끝난 이후에도 나를 전담해서 내 업무를 도와줬던 Sarah와 가끔 연락했다. 지금 모두 다 Yahoo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같은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다들 열심히 일하며 지내고 있다. 아래는 Consumer Marketing 팀장 Kate에게 사인받은 맥쿼리 대학교 인턴쉽 이수 수료증, Kate에게 받은 추천서, 그리고 대학원 웹사이트 올라간 나의 인턴쉽 성공사례이다. 두 번의 인턴쉽을 끝마친 나는 다음 인턴쉽도 잘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어느 정도 호주 회사의 업무 스타일도 경험을 해서 조금 익숙해질 수 있었고 새로운 인턴쉽 인터뷰 때는 이미 했던 두 번의 인턴쉽 경험을 토대를 인터뷰를 임하면 되었기에 어느 정도 한 숨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항상 변수 있듯이, 나의 세 번째 인턴쉽 생활은 녹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항상 잘할 수만 있으랴? 내 자신이 너무 이방인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던 세 번째 인턴쉽 경험을 다음 글에 공유하자고 한다.
다음이야기... "현실과 부딪힌 세 번째 인턴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