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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있기를

by 박경분

봄이 오면 가리라


가벼이 옷 입어도 되는 봄날이면 가리라


진달래처럼 환하던 너


봄이 지고

봄이 또 지고

시립 묘지에서

이제 더 이상 슬픔을 먹지 않는 너는

내 무거운 부끄러움 따위야 따지지도 않을텐데

나는 혼자 비겁해서

봄이 오면

그래, 봄이 오면

핑계를 대고 있지


너에게 가는 길

그래서 나에게도 가는 길


더디더라도 갈 수 있기를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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