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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미립자 Jun 19. 2022

울 냥이는 국물파라옹~

야 너두? 야 나두!

나는 우리 냥이를 만나면서 고양이 사료와 간식의 세계에 입문했다. 처음엔 어떤 것을 줘야할지 몰라 간단한 스낵 종류의 간식을 조금씩 줬었다. 그러다 공원 밥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캣맘께서 건식 사료를 주로 주시는 걸 보고 그렇담 나는 습식 사료를 줄까 하고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우선 영양가, 가격 등으로 한번 거른 다음 그 중에서도 집사들이 많이 구매하는 습식 파우치를 선택했다.



그런데 내가 하나 체크하지 못한 건 바로 우리 냥이의 취향. 사람에게도 식성이 있듯이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열공하듯 검색해 구입한 사료를 야심차게 가져가 주었는데. 그런데. 우리 냥이, 킁킁 냄새만 맡고는 조용히 돌아앉아 그루밍을 하는게 아닌가. 허… 얼… 12개 들어있는 한 박스 샀는데 어쩔… 내가 먹을수도 없고 버리기도 아까워 당근시장에 무료 나눔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입맛에 맞아하시는 종류 서너가지가 추려졌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우리 냥이의 식성을 알게 되었는데. 촉촉 걸쭉한 스프형 습식을 좋아하시는 편이었다. 고기나 야채같은 건더기는 살짝살짝 밀어내며 그 조그만 혓바닥으로 소스를 할짝할짝 핥는데 편식을 해도 어찌나 귀엽던지.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치킨을 시켜먹게 되었는데, 문득 냥이 생각이 났다. 왠지 치킨도 잘 먹을것 같아 가슴살 부위를 골라 튀김옷을 벗기고 돌려깎기 하듯 바깥쪽 살도 발라내 속살만 추려냈다. 그러다보니 4~5조각 정도는 추려야 한번 먹을 양이 나왔다. 혹시나 하고 가져가 본 닭고기는 대성공이었다. 우리 냥이가 너무 잘 먹었던 것. ‘너 닭가슴살 좋아하는 고양이였구나~’


손가락이 아프도록 결대로 찢고 또 찢은 닭가슴살! 맛있냐옹?


그런 날을 몇번 거치다가 내 인생 처음으로 닭가슴살이란 것을 사 보았다. 그리고 삶았다. 맛있게 드시라고 손으로 일일이 결을 따라 찢었다. 살면서 누구에게도 들인적 없는 정성 오브 정성. 야들야들 가늘가늘하게 찢은 닭가슴살을 한번 먹을 분량만큼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처음으로 냥이에게 가져가봤다.


냥아~
야옹~
잘 있었냐옹?
언니가 오늘 뭐 갖고 왔게? 닭가슴살!

울 냥이, 그 어떤 습식 사료, 간식보다 닭가슴살을 잘 먹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닭가슴살 상차림은 점점 업그레이드가 되어 갔는데. 어느날 닭가슴살을 팍팍 삶는 중 소스를 열심히 핥아먹던 냥이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혹시 국물도 먹으려나 싶어 닭가슴살 삶은 국물을 버리지 않고 조금 가져가봤다. 오목한 접시에 조심조심 부어줬더니 역시나 우리 냥이는 국물파였다! 국물부터 열심히 핥아먹고 나서야 고기를 먹는게 아닌가.

‘울 냥이는 국물파였다옹~  야, 너두?!’


국물부터 드신 후 건더기를 찹찹 드시는 맛잘알 울 냥이


역시 우리 냥이와 나는 궁합이 척척 맞다. 나 또한 냥이 부럽지 않은 국물파! 어떤 국이든 건더기보단 국물, 라면도 면보다 국물이다! 포기할 수 없는 뜨끈뜨끈한 국물을 한모금 넘기면 추운날엔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술자리에선 술을 부르는 안주가 되고, 해장할 땐 속풀이에 그만, 우울할 땐 위로받는 느낌까지 드는 것.




이렇게 난 우리 냥이와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우리 냥이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면서 한발 더 가까워진 느낌. 따끈한 닭가슴살과 국물은 추운 겨울에 제격이지만 요즘같은 날에도 유독 쌀쌀한 날, 보슬보슬 비가 오는 날엔 챙겨가는 메뉴다. 그런 날엔 냥이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조금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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