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복지 혜택 따수워라~
부동산 고공행진이 이어질 때 온 나라가 들썩였다. 영끌족이란 신조어도 생기고, 누군가는 급 자산 증가를 누리고, 누군가는 급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난 이 중박탈감을 느끼는 부류에 속할테지만, 엄밀히 말하면 상승에도 살수없고 폭락에도 별로 상관이 없는 세입자일 뿐이다. 그래도 워낙 부동산 이슈가 핫했던지라 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보곤 했다.
고양이들에게도 집이 있다. 집냥이로 보살핌을 받는 고양이들은 폭신한 담요가 깔린 앙증맞고 포근한 고양이집이 있을거다. 하지만 길고양이에게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 후미진 구석, 주차장, 주택 옥상 등이 거처다. 난 우리 ‘냥이’를 만난 후로 고단한 길생활을 하는 길고양이들에겐 그저 가로 세로 30cm 정도의 상자집만 있어도 얼마나 삶이 편안해질까 생각하곤
한다.
나도 사실 우리 ‘냥이’가 평소 어디서 자는지 모른다. 밥은 공원 밥자리에서 먹겠지만 잠까지 자는것 같진 않다. 공원 주변의 주택가 구석 어딘가에서 자겠지라는 추측 뿐.
사람들이 하나둘 패딩을 꺼내 입고 영하의 기온을 찍으면 대한민국 캣맘 캣대디들은 긴장한다. 사실 여름 지나 선선한 바람 불기 시작할 때부터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바로 겨울 혹한기를 길에서 버텨야하는 길고양이 걱정 때문이다.
작년에 공원에서 밥을 먹는 우리 ‘냥이’와 그녀의 친구 ‘노랭이’는 박스로 만든 집에서 그럭저럭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는데. 누군가 길고양이집을 치워달라는 민원을 넣어 철거 요청서가 붙어있곤 했기 때문이다. 공원 내에서도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풀숲 깊숙이 놓여있는 조그만 박스집조차도 허용해주지 않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구청에서는 불법 설치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수없이 경고문을 부착하고 철거를 해야한다고. 그렇게 경고문이 붙고, 박스집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 새로 갖다놓으며 겨우겨우 겨울을 보냈다. 어떨땐 누가 밟은 듯 찌그러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구청 소속의 모 캣맘이 공원관리 담당부서에 2월이 지나면 치우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 겨울은 또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던 중,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소식이 왔다. 길냥이 급식소를 담당하는 캣맘에게 구청에서 길고양이집을 하나씩 지원한다는 것! 와!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것이야말로 길고양이공공 복지!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정말 고맙고 다행이다.
신기한건 어찌 자기들 집인줄 아는지 설치한 날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두 마리가 들어가기엔 좀 좁나 싶지만 아무려면 어때. 일단 날카로운 칼바람 피하고 눈비만 피해도 우리 냥이와 노랭이에겐 따뜻한 보금자리일거다. 그리고 둘이 꼭 붙어있으면 더 따뜻해~
이렇게 겨울철 큰 걱정거리 하나를 덜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냥이와 노랭이는 그나마 운이 좋은 길고양이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비롯한 몇명의 캣맘이 돌봐주고 있고, 임시지만 공공 주택에 당당히 입주까지 했으니 말이다.
냥아, 노랭아!
올 겨울도 씩씩하게 잘 견디고
건강하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