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10

by 정담

저는 어릴 때 마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햄버거를 시켜도 음료는 항상 3분의 2쯤 남기고, 카페에 갈 때는 다른 애들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제가 요즘 하루의 마무리를 차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차가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 건 중학생 때 가족여행으로 갔던 중국 여행에서 입니다. 아시겠지만, 당시의 저는 몰랐던 건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항상 차가운 물이 아닌 따뜻한 차만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전 늘 차! 가! 운! 물만 마시는 아이였습니다. 때문에 밥을 먹으면서 따뜻한 차를 마신다는 건 말 그대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적응은 되었는지, 차츰 차가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즈음 패키지 중 하나로 갔던 찻집에서 부모님은 차를 구매하셨고, 저는 그 맛있는 차를 집에서도 먹을 생각도 반쯤 들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한국에서 마신 차는 전혀 그 맛있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를 우리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중국의 느끼한 음식과 궁합이 맞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때문에 차에 정을 붙이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된 저는, 이번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적응하지 못한 유럽의 음식들에 진저에일을 시켜먹던 저는, 친구를 따라 어느 티 하우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난생처음 맡아본 향기의 차들이 늘어놓아져 있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황홀한 광경이었습니다.

거기서 아주 향기로운 차를 구매한 저는 마찬가지로 한국에 도착해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마셨고, 또 한 번 아주 실망을 했습니다. 향기와 맛이 아주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제가 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건 시나브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기 위해 따뜻한 마실 게 필요했고, 커피는 싫고, 그렇다고 물을 마실 수도 없고. 어쩌다 보니 마시기 시작한 차가 생각보다 꽤 괜찮았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하루의 마지막, 여유와 안도가 필요할 때 차를 찾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별로 없고, 그래서 내가 나를 더 챙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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