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가 사랑한 모든_공간들 [요가원_1]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꼽으라면 최근에는 역시, 요가원을 빼먹을 수 없다.
어른이 된 나는 어느 운동장과도 어울리진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20여 년 운동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구름사다리를 거꾸로도 오르던 시절이 있기야 했지만, 그것은 정말 어릴 적의 이야기이다. 사실 구름사다리 꼭대기에 올라 다른 아이들을 구경하던 시절에도 체육대회는 좋아하지 않았으니 그저 하나의 장기 정도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달리기도 도장을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꼴등, 피구는 늘 애매하게 피해 다니다 어정쩡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좋아하지 않으니 못했고, 못하니 더욱더 피하게 되었다. 태초부터 승부욕이 없었던 나는 더더욱 승리를 위해 뛰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까?
그래도 나름의 운동 종목 중 좋아했던 걸 꼽자면, 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즈음부터 방과 후로 배운 춤은, 중학교 들어서 공연반까지 하게 되었다. 재즈부터 힙합, 현대무용까지 장르를 망라하고 맛을 보았지만 그 역시 재능은 없었던 탓에 어영부영 포기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더더욱이 운동과는 담을 쌓은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 덕분일까? 성인이 되어서도 운동은 피할 수 있다면 무조건 피해야 하는,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뒤로 밀어야 할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학교에 가기 위해 15분가량을 걷는 것만으로 힘들었고, 러닝머신을 뛸 때는 무릎이 아파왔다. 그런데도 딱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난 어렸고, 다양한 활동들로 이미 에너지나 넘쳐났으니까.
그런데 딱, 코로나 시기와 취업 준비가 겹쳤을 때, 집순이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도 그 정도의 집생활은 몸에 좀을 쑤시게 했는지 책상에만 앉으면 허리가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딱히 어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치료를 받기에는 애매했던 나는, 한 번 홈트의 힘을 빌려보기로 한다. 당장 유튜브만 치면 수많은 랜선 운동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부부가 하는 채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난이도라고 하는 30분짜리 운동 영상, 사실 제일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정말로 힘들어 쓰러졌다. 허리가 아픈 게 이상하지 않은, 그 정도의 체력 쓰레기였던 걸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의 대학 생활을 견딘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그 깨달음이 도움이 되었는지, 무려 100일가량을 꼬박 채웠다. 하루 한 시간, 약 3개월 반. 나조차도 그 성실함에 놀랄 정도였다. 그 무렵에는 처음에 했던 영상 정도는 몸풀기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회복되었고 책상에 반나절 정도 앉아 있어도 아프지 않은 허리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란 걸 깨닫게 해 주었는데,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 점점 운동에 흥미를 잃어간 것이다. 홈트는 아무 옷이나 입고 아무 시간에나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제약이 없기 때문에 게을러지기 쉽다. 내가 딱 그랬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던 운동이 이틀, 사흘에 한 번으로 늘어나고 그 이후에는 아예 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 허리가 아파오기 전까지.
다시 허리가 아파온 덕분에 또다시 백일 가량의 홈트 2막이 펼쳐지기도 했지, 회사에 취업하게 되며 나의 홈트 인생은 막을 잠시 내리게 된다. 그렇게 신입의 패기(?)로 열심히 일을 하던 병아리 사원 5개월 차, 나의 허리는 또다시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 운동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