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가 사랑한 모든_말들 [좋은 하루!]
이 말은 사실 내가 사랑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사랑 ‘하고 싶은’ 말이다.
늘 아침형 인간을 동경해 오며 살았다. 그들은 어떻게 그 따뜻한 이불의 유혹을 이겨내고 이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걸까? 또 그들은 어떻게 밤의 그 즐거움을 뒤로하고 이른 잠에 들 수 있는 걸까. 나는 오늘 하루도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늦은 밤을 맞이하고 또 1분이라도 더 시작을 늦추고 싶어 침대 안으로 파고들며 아침을 밀어내기 바쁜데.
스무 살 때까지 나의 아침은 엄마가 시작해 주었다.
“일어나, 학교 가야지.”라는 말과 함께. 엄마가 내 방을 나간 후 1분쯤 뭉그적거리다 밖으로 나가면 간단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어렸던 나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고 아직 제대로 뜨지 못한 눈으로 대충 두어 숟갈 뜨다 늦었다며 씻으러 가기 바빴다.
그러던 내가 21살, 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커녕, 수업 5분 전에 일어나 부리나케 뛰어 나가는 날들이 잦아졌다. 뭐라 하는 엄마가 없으니 밤은 더 길어졌고 그만큼 아침은 사라졌다. 그렇게 자유를 가장한 망나니 생활을 하던 나는 휴학과 함께 다시 엄마가 시작하는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고 또 한 번 타의 75% 정도의 이른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다시 2년쯤, 이번엔 입사와 함께 또 홀로 맞이하는 아침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회사라고 하는 곳은 학교와 달리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었고, 망나니가 아닌 돌쇠가 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한때 나의 아침 인사는 ‘아, 시 x’였다. 지긋지긋할 만큼 몰려오는 피로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이라는 다급함이 만들어낸 감탄사였다.
그렇게 험한 말과 함께 시작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하루가 고되었고 또 일어나기 싫을 만큼의 지독한 권태로움이 있었다. 그래도 정말 시간은 약인지, 새로운 나날들이 점차 익숙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쯤의 나는 ‘미라클 모닝’에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걸어서 20분, 덕분에 출근 시간은 늦은 편이었고 퇴근 시간을 빨랐다. 딱, 미라클 모닝 하기에 적절한 여건이 아닌가. 7시에만 일어나도 한 시간 반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일어나서 아침 스트레칭도 하고 밥도 먹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다 해야지!
라고 결심한 지 어언 2년쯤… 놀랍지도 않지만 한 번도, 아니다. 딱 한 번쯤 성공했다. 나조차도 예상치 못하게 일찍 일어난 날, 나는 간단한 시리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아침 다이어리를 쓰고 글을 끄적이다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웬걸, 점심시간 전까지 정말 앉아서 꿈속을 헤맸다.
나도 몰랐다. 내가 아침 식곤증이 그리 심할 줄. 게다가 더 크게 다가왔던 건, 정말 정말로 그 와중에도 정말 정신이 또렷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평소에는 반쯤 멍하니 다니면서 흘려보낼 수 있었던 것들이 너무나 크게 다가와 오히려 마음은 힘들었다. 이러니 뭐, 다음 날부터는 딱히 눈을 빨리 뜰 기력도 없었고. 덕분에 미라클모닝은 저-멀리 어디쯤 나의 마음 한 구석 아직 자리하긴 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오진 않을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아침형 인간에 대한 로망도 접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아침형-저녁형 인간은 그저 생활 패턴일 뿐 딱히 부러워할 것도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아침형 인간들이 가진 활기찬 에너지를 동경한다.
이때쯤 본 게 어느 여자 연예인의 유튜브였다. 그분은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뜰 때마다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며 일어난다고 말했다. 주변인들 또한 그걸 비웃었지만 그분은
"아니야, 진짜 좋다니까? 좋은 아침이 아니어도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면서 일어나면 정말 달라!”
라고 말했다.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좋은 아침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 다음날 한 번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보았다. 결과는? 정말로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몸 한 구석 어딘가에서 힘이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런데 정말 내 몸은 바보 같게도 그 말을 진심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아침이 달라졌어요!라는 결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오늘의 나는 그저 미적대며 일어날 뿐인 비(非) 아침형 인간이다. 그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나는 지금 힘을 낼 기분이 아니라고!라는 반항심에서다.
그래도 달라진 거라면, 이제는 일어나며 바로 생각나는 험한 말들을 굳이 입 밖으로 내려하지 않는다. 나오려고 하는 말들도 꾸역꾸역 집어삼킨다.
궁금하시다면, 내일 아침 직접 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험한 말로 하루를 힘들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힘찬 말로 시작하는 하루는 한 번 두둥실 떠오른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