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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로로 Sep 11. 2024

<소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3

-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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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가녀린 여자들. 불쌍하다. 고작 돈 몇 푼에 모르는 사람과 몸을 섞다니. 얼마나 힘들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거친 남자들을 매일 상대하려면 겁나지는 않을까? 일부러 그곳을 찾는 남자들이 멀쩡한 남자겠어? 다 어딘가 나처럼 모자란 인간들이 많을 거 아냐. 나 정도면 굉장히 준수한 편일 거야. 손님들이 씻고는 다니는지 냄새는 나지 않는지 그런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텐데. 어휴 어쩌다가 그런 곳까지 인생이 몰리게 됐을까. 어쩌다 그 힘든 일을 하는 걸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거잖아.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뒤에서 욕하는 건 비겁한 짓이야.     


  남자는 자신이 품고 있는 창녀에 대한 증오가 상당히 막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밀히 따져서 그것은 창녀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창녀라는 단어에 대한 증오였다. 남자는 창녀를 실제로 본 적도 없었다. 그 여성이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서도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단지 사회적 비난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증오의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게 옳은 일인가. 남자는 스스로 물으면서 떡볶이집 옆에 있는 ATM기기에서 현금 10만 원을 인출했다. 수수료가 붙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는 본격적으로 길음역 부근을 거닐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싶었다. 그래서 전혀 맛있어 보이지 않는 떡볶이를 1인분 시켜놓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봤다. 야채 조각 하나 없이 고추장만 발라놓은 성의 없는 떡볶이였다. 떡볶이가 남자의 내면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도덕적 가치관과 결탁한 이성이 남자의 머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창녀에 대한 거부감도 완강해서 완전히 식민지배 수준이었다. 남자는 한국 드라마가 늘상 보여주듯이 아름다운 사랑을 꿈꿨으며 언제든 사랑을 위해 투신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학교 때는 어린아이는 이성 친구를 사귀면 안 된다는 지침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면서도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자신의 사랑도 그와 같이 애잔하고 애틋하기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만 가면 저절로 연애할 거라는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에 집중했다.

  대학교 때는 여자들에게서 부탁받은 과제들과 밥값에 대한 지출이 있었을 뿐 연애로 이어지는 초점이 항상 어긋났다. 자상한 남자가 좋아. 착한 남자가 좋아. 등등의 애먼 말들에 휘둘려 고백했다가 고배를 마시는 결과가 전부였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 복학한 뒤로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나면 저절로 여자가 줄을 선다는 말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하던 직장을 잡고도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껏 줄을 선다는 거짓말에 속아 보낸 세월이 30년이었다. 남자의 번호표는 아직 개시도 못 한 1번 그대로였다.

  남자의 성욕은 포장된 상자 속에서 점점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적절히 공개된 곳에서 햇볕을 주고 키웠다면 그렇게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터였다.     


  떡볶이를 먹는 도중 남자의 자지는 남자에게 이런 말을 걸었다.


  “이 무능한 주인 새끼야.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좆같기는 마찬가지다. 참외든 컵라면이든 두부든 물봉이든 그 느낌이 실제와 비슷한지 알게 뭐냐. 실제를 알지도 못하는데 비교가 가능하겠냐? 이 무능한 주인 새끼야. 아이고. 나는 왜 너 같은 놈의 좆이 됐을까.”


  야성은 자지를 나무라며 나섰다.


  “이 좆같은 새끼야. 아무리 무능한 주인새끼라지만 말이 심하잖아. 아하. 좆같은 게 아니라 너는 좆 그 자체구나. 어쨌든 자지야. 좆 대가리 들이밀지 말고 숙이고 있어. 아직은 발기할 때가 아니란다. 이 뇌 없는 새끼야. 일단 내가 잘 설득해 볼 테니까. 기다려.”


  야성은 이성에게 정식으로 도전했다.


  “언제부터 당신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그에 대한 이유를 들어봐야겠습니다. 오랜 시간 숨죽이며 지켜봐 온 결과 당신의 정책은 틀렸으며 아무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바르다는 사회적 프레임에 갇혀 개인이 누려야 할 행복을 등한시했으며 스스로 자지의 가치를 깎아내려 굴욕적인 행태를 고수했습니다. 인정하십니까?”

  “나는 바르다고 여겨지는 것을 바르다고 말했을 뿐이오. 지금 당신이 행하려는 그릇된 행동이 공개된다면 감당할 수 있겠소? 나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말할 뿐이오.”

  “당신은 이제껏 주인새끼가 가진 재화와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사용해 왔습니다. 탈모 관리, 여드름성 피부 관리가 다 무엇이란 말입니까. 본판이 못생겼는데.”

  “그건 가당치 않소. 그것마저 해주지 않으면 주인새끼는 도저히 미래가 없었단 말이오.”

  “그뿐이 아닙니다. 언제나 이성을 대함에 있어 굴욕적인 자세만 취해왔습니다. 항상 밥 사줘. 어려운 과제가 있으면 맡아서 해 줘. 징징거리며 나쁜 남자에게 시달리던 여자 술이나 사주며 연애상담 해 줘. 그리고 최근에 애인 있는 여자랑 카풀은 대체 왜 해준 겁니까. 왜 언제나 저자세로 나가며 호구 같은 짓만 골라 하냔 말입니다.”

  “어쩔 도리가 없소. 주인새끼가 잘 생기기라도 했으면 당연히 그런 선택은 나오지 않소이다. 나로서도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거란 말이오.”

  “그러니 물러나시란 말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면 본인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습니까? 노력한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노력이 저 자지에게 가져다준 것은 뭡니까? 저 불쌍한 녀석은 언제나 자기 스스로 위안할 수밖에 없었단 말입니다. 선택의 범위가 오른손과 왼손에 한정되어 있는 자지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아십니까? 이 참담한 결과를 눈이 있다면 목도하십시오.”


  움츠리고 있던 자지가 풀 발기 되며 외쳤다.


  “옳소!”

  “어허! 이놈! 경박하게 무슨 짓이냐. 닥치지 못할까!”


  자지는 다시 수그러들었다. 이성은 호통을 친 뒤에 말을 이었다.


  “관계에 있어 계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손해가 있었다는 것도 인정하오. 허나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이성을 섹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온당치 못하오. 교감, 공감, 우정, 유대 등등 해서 섹스가 아닌 많은 부분에 많은 성과가 있었소. 이성은 섹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소. 현명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란 말입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왜 자꾸 반복하게 만드는 거요.”

  “왜 당연하냐고 물었는데 당신은 언제나 당연하다고만 대답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제가 정말 당연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불과 이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십 대 중반을 넘어가면 가정을 꾸리던 시대였습니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서 춘향이와 이몽룡이 섹스한 나이는 십 대 중반이구요. 그 나이 때 주인새끼는 겨우 빨간마후라를 빌려서 보다가 화장실에서 몰래 고추나 주물럭거렸단 말입니다. 저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뭐가 당연한가에 대해서 듣고 싶다는 것입니다. 주인 새끼가 못생기고 센스가 부족한 것 말고 뭐가 모자라서 아직까지 섹스를 못 한단 말입니까. 운동도 잘하고 공부를 곧 잘해서 머리도 좋은 편이고 범죄도 저지른 일 없이 심성도 착하고 친구들과 교우관계도 원만하단 말입니다. 과거였다면 벌써 섹스도 하고 자식도 셋은 낳았을 주인새끼가 이성이 지배한 세상에서의 지금 꼴을 좀 보세요. 저 병신 아다새끼를 말입니다. 섹스가 뭐 죄입니까? 모두가 섹스로 태어난 사람입니다. 본능은 억누르려 할수록 더 커질 것입니다. 창녀요? 인정하기 싫겠지만 창녀는 인류가 시작되고서 상업과 함께 제일 오래된 직업입니다. 수세기를 걸쳐 오는 동안 사라지지 않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직업이 창녀입니다. 고작 몇십 년 되지 않은 도덕적 잣대로 그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자 이제 어서 선비 같은 얼굴을 거두고 그 왕좌에서 물러나 주시오!” 


  야성의 승리를 확신한 자지는 핏대 올린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자지는 야성의 명연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인지 좆물인지 모를 쿠퍼액을 찔끔거렸다.


  “그것은…….”


  이성이 반박할 말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더 이상의 말을 멈췄다. 이성은 그간의 장기집권과 철권통치로 심히 지쳐있었다. 이성은 아쉬운 듯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흡사 성난 군중에게 쫓겨 내려가는 몰락한 왕의 모습이었다.     


  남자는 시뻘건 국물로 피칠갑을 한 떡볶이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태어나서 먹어 본 떡볶이 중에 제일 맛없는 떡볶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남자는 3000원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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