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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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빠도 시위하고 나서 관심 가졌다고 했잖아. 나도 내가 그런 데까지 가서 그러고 있을 줄 몰랐지. 근데 가만있으려니까 억울한 거야. 여기가 내 밥줄이고 내 직장인데 자기들이 뭐라고 하지 말라고 강제로 밀어내고 그러냔 말이야. 그 이유들이 솔직히 타당하기라도 하면 말을 안 해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잖아. 성특법 생기고 나서 성매매 하는 인간들이 완전히 없어졌어? 오피며 안마방이며 유리방에 키스방 대딸방 해서 더 이상하게 변해서 곳곳에 퍼졌잖아. 차라리 여기처럼 한 곳에 모아놨을 때는 나았지. 그 지역만 관리하면 됐는데 이제는 전국적으로 관리하게 됐잖아. 진짜 멍청한 짓이야. 그러면 누가 더 골치겠어? 걔들이 성병 관리며 더 깨끗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어. 정말이야.
이게 다 뭐 때문이겠어? 그냥 여기가 만만하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냥 눈에 딱 띄는 것만 조지자 이런 거지. 깨끗이 밀어 버리면 자기들 업적 생기는 것 같겠지. 그건 정말 짧은 생각이거든.
눈에 보기 싫은 것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여기가 이렇게 보여도 역사가 있는 장소잖아. 긴 시간 동안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도 안 없어지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해 봐. 이게 필요 없는 일 같아? 성폭행이 점점 늘어난 거만 봐도 답이 딱 나오잖아. 이건 본능이야. 밟으면 밟을수록 꿈틀하고 막으면 막을수록 엄한 데서 터지는 게 이거야. 그걸 막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여기라고.
그래. 이게 뭐가 자랑이라고 기어 나왔냐 하는 사람들 많았지. 근데 내가 어디 자랑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어? 그냥 일이라고. 자랑은 아니라도 내가 하는 일인데 그 일 하겠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나는 떳떳해.
누가 그러데. 너 자식 놓거들랑 너 하는 일 시킬 수 있냐고. 없지. 당연히 없지. 미쳤어? 자식 낳아서 몸 팔라고 하면 그게 부모야? 근데 봐봐. 자기가 하는 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뿐이겠어? 앞집에 청소하는 이모도 막일하는 아저씨도 밖에 나가서 험한 일 하고 무시받는 사람들 다 같은 심정일걸? 자기보다는 좀 나았으면 하는 마음인 거 똑같겠지.
밖에 이모는 어땠는지 얘기해 봐? 옛날부터 미군들 상대로 놀아주고 양공주라고 불렸는데 그 이모 그렇게 해서 그 동생들이 학교 다니고 밥 먹고 대학 나오고 그랬데요. 지금은 은행장도 하고 시집 장가 잘 가서 잘 먹고 잘 산다고. 맨날 자랑이야. 자기 동생 은행장이고 또 뭐 어디 대기업 임원이라고. 근데 그렇게 다 도움 받아놓고 이제 만나지도 않아. 더럽다고. 조카들 보기 부끄럽다고 결혼식도 안 부르더래. 사람 도리 못하고 사는 건 누군 거 같아?
지난번에 시위 나갔을 때는 정장 차림에 잘 차려입은 아줌마가 와서는 나 보고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 하더라고. 속으로 지랄한다 싶었어. 내가 여기서 돈 벌었는데 피해 여성인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잖아. 자기는 뭐 상황이 잘 풀려서 그렇게 고상할 수 있지만 극한 상황에 처하면 더러운 짓 안 한다고 장담 가능할까? 모르는 일이야.
하나같이 여기만 손가락질하고 있어도 다 똑같아. 더러운 돈 쓰는 사람이나 더러운 돈 버는 사람이나 더러운 돈으로 먹고산 사람이나 다 똑같아.
그래. 나 더러워. 창녀 맞아. 몸 파는 년이야. 근데 나같이 더럽게 몸 파는 여자 한 명을 거쳐 간 남자는 몇 명인지 가늠이나 돼? 나 하나를 거쳐 간 남자가 몇 명이나 되겠어. 솔직히 그런 시위는 내가 아니라 자지 달고 있는 인간들이 해야지. 안 그래?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자기는 아닌 척 점잔 떨고 손가락질이나 하고 앉아있지. 답이 없어.
진짜 답이 없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또렷하게 답 내릴 사람이 있어? 그냥 이래저래 악쓰면서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걸지도 모르지. 점점 더 지저분하고 더 더럽고 더 구석진 곳에 숨을지 어쩌려는지 알 게 뭐야. 오빠 생각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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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역 10번 출구를 다녀온 이후로 남자는 또렷이 말할 수 없는 자기 인생의 자격지심과 열등감 그리고 피해망상에서 벗어났다. 그것은 아직 세상에 규정되지 않은 못난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였다.
남자가 처음 본 여성의 성기는 생각보다 징그러웠지만, 그 사실을 깨달은 자체로 남자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다. 남자는 섹스를 하고 나서 어른의 일들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삶에 한층 자신감이 붙은 남자는 얼굴이 밝아지고 그것만으로 좋은 기운을 모을 수 있었다. 여성에게서 전에 없던 호감도 얻게 되고 호감을 인연으로 발전시켜 연애를 하다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두 아이를 낳고 한층 더 바쁘게 삶을 꾸려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남자는 문득 첫사랑이 생각날 때면 그날을 추억하며 상념에 잠기다가 길음역 10번 출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