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心놀이터
지금은 뭐든 빠르고 편리하다. 핸드폰만 있으면 장보기도 쉽고 원하는 건 척척 살 수 있으니까.
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면 마을 초입에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점빵이 하나 있었다. 물건도 몇 개 안 되고 물건 상태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시골은 시장이나 슈퍼가 멀다 보니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해서 나에겐 이곳이 지상낙원 같았다. 너무 어려서 할머니나 고모들에게 졸라야만 이곳에 갈 수 있었는데 희소성 때문인지 점빵에서 사 온 과자는 유낙이 더 맛있던 기억이 난다. 점빵에는 철물점에 팔던 물건도 있었고, 잡화점처럼 다양한 물건이 있었다. 가끔씩 밭일을 나갔던 할머니가 과자를 사준다고 해서 쫓아가면 외상으로 사 온 기억이 있을 만큼 시골 인심 또한 좋았다. 시골 동네가 좁은 탓도 있었지만 요즘 세상에 슈퍼에 가서 "저 여기 사는데 잠깐 외상 좀 해주세요?" 하며 난리가 날 일이다. 시골 점빵이라서 가능했던 인심과 그 맛이 있다.
생각해 보면 시골 점빵의 공간은 무척이나 좁았다. 하루 종일 그곳을 지키는 점빵 할아버지는 그곳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 일관성 있게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곳에서의 삶이 지루해서 그런 표정이었을까? 장사도 딱히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랫동안 그곳을 버티면서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서서히 점빵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결국 장사가 안 돼서 가게가 사라졌을 테지만 점빵이 사라진다는 것은 시골에서 유일했던 소소한 행복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농사한 농작물이 몸에 좋다고 해도 점빵의 맛은 대체할 수가 없으니까!! 예고도 없어 사라진 점빵이 야속했다. 방학 때 시골에 내려와서 심심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낙이었는데...
요즘 친구들에게 점빵을 아냐고 물어보면 무슨 빵집 이름이냐고 하겠지만, 그 옛날 시골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점빵이 어딘가에는 그대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낯선 여행길에서 마주친다면 문득 들어가고 싶어 질 만큼 반가울 거 같다. 아스팔트가 아닌 자갈밭 시골길에 자리한 다 쓰러져가는 점빵, 그리고 무뚝뚝한 주인, 허름하고 꿉꿉한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만 있는 낭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