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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테나 Jan 10. 2023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이란? - 유부들의 판타지

소설 "연애시대"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라는 말 뒤에 '내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너도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신념이 따르지 않으면 같은 상대와 반평생을 함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산부인과 의사이자 친구 가이에로(공형진 扮)가 친구 리이치로(감우성 扮)에게]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이란 어떤 걸까.  가끔 웹소설을 뒤적거리는데 의외로 인기 있는 설정 중 하나가 이혼한 전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저런 악몽이 또 있을까? 이혼했는데 굳이 다시 전남편과?  전남편이 돈이 많고 얼굴도 잘 생기고 몸도 좋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감안한다고 해도, 이혼까지 간 부부의 해피엔딩이 재결합이라니.  결혼경험이 전혀 없는 10대나 20대 여성들에게나 먹힐만한 설정이다.  이혼한 부부의 해피엔딩은 각자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 (또는 혼자) 예전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15년 차 유부녀인 나는 그렇다.  굳이 헤어진 사람과 다시 연애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연애시대"에서는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이 제법 설득력 있다.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인 전남편과 전처는 자주 만나서 안주 대신 서로를 씹어대고, 종종 노래방에서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듀엣곡을 부르고. (마이크 선으로 전남편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는 것이 둘의 개그 루틴이자 하이라이트다.)  그러다 오기로 서로에게 새로운 이성을 소개해주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연애시대가 열린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둘은 결국 의 행복을 위해서는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주인공 하루(손예진 扮)가 친구에게 리이치로의 아이가 아니라면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미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아이라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를 보낸 그 뼈아픈 경험에 다시 도전할 수 도 있겠다니.  리이치로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처의 행복을 위해 자신도 얼른 재혼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혼자인 자기가 그녀의 새 출발에 걸림돌이 될까봐.  


둘은 헤어졌지만 서로의 행복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소설 '연애시대'는 유부들의 판타지를 담은 소설이다.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라는 판타지.


연애라는 건 좀 이기적인 거야. 제삼자의 행복을 바라고 당장 눈앞의 상대와 올린 결혼이 10년이든 15년이든 행복하게 지속될 수 있다니, 그건 네가 연애를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눈앞의 상대를 위해 행복해지고 싶다는 이기적인 감정이 아니면 결혼은 오래 지속될 수 없어.


상상해 본다.  우리가 헤어지면 어떨지. 우리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적당히 걱정해주고 적당히 잔소리하고 적당히 오지랖을 부리며? 소설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죄책감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르고,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한 가지만은 확신한다.  이 결혼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리라는 걸.  목에 칼이 들어와도 결혼 같은 거, 다시는 안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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