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 매리 - 앤디 위어
중2의 1학기까지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북미로 이민 온 나에겐 지금까지 단짝인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다) 5학년부터 40대를 들어선 지금까지 내 단짝인 친구. 그 시절 그 친구와 나눈 추억 중에 SF/과학공상물을 닥치는 대로 찾아서 돌려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 집에 있던 SF물은 물론이고 같은 반 남자아이네 집에 있던 SF 문학 전집을 빌려다 싸그리 읽었다. 그 당시 우리의 주 관심사는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었지만 비슷한 독서 취미 또한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그 친구와 지금까지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행운이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마션 (Martian) 이후에 앤디 위어 작가가 새 소설을 내놓았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프로젝트 헤일매리 Project Hail Mary를 동네 서점에서 집어왔다. 결론은 SF 공상과학물에 열광했던 12살 때처럼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먼저 내용이 너무 참신하다. 태양을 좀먹는 신기한 물질 (또는 생물?) 발견. 그대로 두면 지구는 태양열 감소로 멸망할 것이 분명하고 똑똑한 지구인들은 이 생물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우주로 탐사선을 보낸다. 지구로 가져온 샘플을 연구한 결과, 이 미세한 물질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이들을 우주선에 실어 보내서 이 녀석들을 막을 방도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갤럭시 끝까지 너무나 먼 길을 가야 하고, 몇 년을 좁은 우주선 안에 갇힌 채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없기에 인위적으로 우주비행사들을 코마 상태에 넣은 상태에서 우주여행이 진행된다. 진짜 이야기는 이들이 코마에서 깨어난 후에 일어난다.
이 소설의 진미는 은하계 속 다른 생명체와의 교류, 이해, 그리고 우정이다. 언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생존환경도 다른 두 생명체가 공공의 적, 아스트로파지 Astrophage를 타파하는, 아... 이런 재미난 이야기라니!!!!!!
과학공상물 덕후였던 내 안의 소녀가 꺄악~~~ 소리를 지를 정도로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인들보다 월등히 발달한,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무지한, 이리디안 Eridian 사람들. 그중 한 명인 록키 Rocky, 그리고 지구인 대표이자 고등학교 과학샘 출신인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 Dr. Ryland Grace.
이 둘의 관계가 발달해 나가는 과정은 경이롭기 짝이 없다.
SF 덕후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SF 덕후가 아니더라도 이과생들(특히 공대생들)은 신나게 읽을 것 같고, 그냥 재미있는 책을 찾는 어른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로맨스물도 물리고, 자기 계발서도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면 이런 책이 어떨까?
시각적인 매체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상상에 맡겨야 하기에 더더욱 빛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있다. 이 책은 단연코 내가 2021년에 읽은 책 중 최고의 쾌락을 준 책이다. 소설 마션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강추한다.
현재 영화화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역은 라이언 고슬링이, 록키역은 엠마 스톤이 맡게 된다고. (록키가 왜 여자가 되었냐고 독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작가님께서 이리디안인은 원래 자웅동체라며 남녀 구분이 의미 없다고... 책을 읽은 지 좀 돼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리디안인의 번식, 출생과 사망은 지구인과 완전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SF는 흑맥이라는 논리없는 내 생각이다. 병맥인데도 맛과 향이 살아있다. 마시는 초콜렛같은 느낌이랄까? 따뜻한 이불과 흑맥과 SF소설. 최고의 콤보아닌가.
#사무엘스미스스타우트 #마시는초콜렛 #JMT흑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