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꽉 깨물고 기다린다. 너의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할 때까지.
월요일 아침, 출근도 하기 전 이미 녹초다.
아들이 원했던 주말 스키여행이 발단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들과 같이 가고 싶어 했지만 엄마아빠가 동행한 스키여행). 아들과 남편은 목요일에 먼저 출발했고, 나는 금요일 오전 근무까지 마친 뒤 합류했다. 친구 여섯과 함께 금요일 온종일 스키를 타고 저녁에 호텔로 온 아들은 이미 심기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상태였다.
(중2병이 심각한) 고딩 아들은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싫단다. (아니, 이런 말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할 일이 있나?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이런 말을 도대체 어떻게 하냐고, 아들아.)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가고 싶다는 스키장에 데려다주고, 아침부터 밤까지 친구들이랑 리조트를 누비며 놀라고 엄마 아빠는 호텔에 박혀있고, 엄카 지원까지 해줬는데, 세상에서 제일 미운 사람이 엄마 아빠라는데 할 말이 없다.
친구네 별장에서 sleep-over 하고 싶다는 걸 안된다고 했더니 벌어진 일이다. 왜 안 되냐, 다른 애들 부모들은 다 오케이 했는데 왜 엄마아빠만 그러냐, 자기는 애들이랑 같이 자고 싶다, 등등. 그렇게 따지고 드는 아들과 밤늦도록 입씨름을 했다. 그 여파로 아들은 토요일도, 일요일도 계속 화가 나 있었다.
상욕을 퍼붓고 싶었으나 초인의 힘으로 꾹 참고, 집에 와서 미친 듯이 차 청소를 했다. 몇 달간 쳐다만 보고 있었던 화장실 환풍기까지 뜯어내 청소했다. 그리고 새치 염색을 하고 샤워를 하고 쓰러져 자니 월요일 아침이다.
아이는 등교를, 나는 출근을 하는 월요일이 이렇게 감사할 수가. 전쟁 같은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니 몸은 너무 피곤한데 마음은 너무 편하다. 적어도 직장에 오면 납득할 수 없는 미움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적어도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전두엽이 온전히 발달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무엇보다 내 자리에 앉아서 주어진 일만 하면 되니까. 월요일이 반갑지 않은데 반갑다.
언제든 아들의 기분이 풀려서 (또는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엄마~"하고 부르면 오늘의 상처도 다 잊혀질 일이다. 남편은 나보고 호구란다. 그렇지. 나는 아들 한정 호구다.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지만 자식을 계속해서 미워하기란 불가능하다. 언젠가 저 녀석의 전두엽이 다 발달해서 인간이 되면 그때는 앉혀놓고 얘기해 보련다. 너 그때 이런 말 했던 거 기억나? 엄마 그때 되게 상처받았었어. 나도 사람이다, 이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