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의 나에게 쓰는 편지
몰라선 안 되는 것과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것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네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불안하겠지. 걱정하지 마. 넌 결국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게 될 거야. 네 인생은 어떤 면에서는 나아지겠지만, 어떤 부분은 더 나빠지기도 해.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게 되겠지만, 그렇다 해서 그에 비례하는 행복이 오지는 않아.
지금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는 함께하지 못해. 새로이 만나게 될 그 사람은 네가 그토록 목말라했던 것들을 주겠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는 걸, 서서히 깨우치게 될 거야. 너와 그는 서로를 아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돼. 어차피 너는 그를 떠나지 못해.
너는 불같이 뜨거워지지도 얼음처럼 차가워지지도 않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줄 아는 어른이 돼.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사는 게 안전하다고 믿게 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견고한 갑옷을 지어 입지만, 바로 그 갑옷이 널 바닥으로 끌어내린다는 걸, 언젠가는 깨닫게 될 거야.
자존감이 난도질당하거나,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어찌 보아도 네가 부족해 보여 자기혐오에 사로잡히는 날들도 있을 거야.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당당해도 돼. 널 작아지게 만드는 그들도 실은 네가 필요한 사람들이거든. 그 누구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겠지만, 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야.
준비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게 될 거고 수많은 실수와 오류를 범하게 될 거야. 너의 의식과 무의식은 널 쉬이 자책에 빠지게 만들겠지만,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는 마.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까. 아이가 어릴 때나 클 때나 부모 노릇은 변함없이 어려워.
너는 매 순간 노력하면서도 매 순간 너의 선택을 의심하겠지. 이것만은 기억해. 너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현실이 꽃밭이었다면 아름다운 부케를 만들었겠지만, 네가 있는 곳이 논두렁이라면 들꽃 몇 송이가 너의 최선이란 걸 기억해. 네 선택을 믿고 격려해 줘.
마흔이 넘어도 사는 건 여전히 수수께끼야. 지름길이라 생각했던 길은 양쪽이 절벽인 최단경로일 뿐이었고, 둘러간다 생각했던 길이 실은 가장 효율적인 경로라는 걸 깨닫게 돼.
아는 게 많아지지만, 두려운 것 또한 많아져.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어 두렵고, 이만하면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둘러봐도, 오늘을 살아내는 것 외에 딱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러니 네가 살아온 오늘을 폄하하지 말고 격려해 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삶은 여전히 수수께끼야. 이건 변하지 않아. 그러니 조금만 더 너그럽게 너를 바라봐주기를.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를 먼저 용서하기를.
*** 최근 Loving Like You Mean It 이라는 책을 읽던 중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일까, 생각해 보았다. 스물둘셋 즈음의 나는 뭐가 그렇게 불안했던지. 온전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불완전한 상태였다. 그때의 나를 좀 달래주고 싶어 편지를 써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