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나는 불안이 높은 만큼 자주 외로워하는 사람이었다.
항상 옆에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잠깐의 공백도 참지 못해 애인과 친구, 가족으로 채우기 급급했다. 혼자가 편한 성격임에도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자주 탈이 났다. 나를 아는 법도 모르면서 남을 이해하려고 했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그들도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했다.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30대의 코앞에서야 알았다. 그렇게 불안에 밀려 제 스스로 걸을 줄 몰랐던 20대의 인간관계는 많은 미움과 미안과 고마움을 남기고 끝이 났다.
그 불안 속에서도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있었다. 내가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생각하던 것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화되는게 좋았다. 원하는 일을 할 때는 성취감으로 종일 뿌듯했다. 온 몸에 있는 혈관을 타고 엔돌핀이 팽팽 도는 기분, 잠을 못 자도 즐겁고 재밌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빨리 출근하고 싶어 일찍부터 눈이 떠지기도 했다. 문제는 일이 아닌 회사에 대한 흥미가 빨리 떨어지는 게 골치였다. 자유로운 성격의 내가 자율성 없는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봤자 2년 안쪽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자주 옮겼다. 새로운 환경에 속하면 회사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겼다. 하지만 불안한 인간관계 속 잦은 이직은 인생의 갈피를 더욱 혼란하게 했다. 그 혼란에서 오는 불안을 일과 사람으로 해소했다. 매일 사람을 만나고 자주 술을 먹었지만 일에도 진심이었다. 성격도 급한데다 다행히 일머리가 있는 편이라 일하는 속도가 빨랐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 업계 지식을 쌓았고 자기 전에는 글을 쓰고 책도 읽었다. 당연하게도 놀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일이 될 수 없으며 함께 놀던 애가 하는 일 이야기는 진지하게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반된 관심사에 의도치 않게 오가는 무례는 예민한 내 성격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함께 노는게 즐거웠지만 점점 버겁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충분히 알 수 있던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아 감정에 자주 졌던 지난 20대 덕에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았다.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분명 경험일 것이다. 감정 하나만 다룰 줄 알아도 인생이 얼마만큼 변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불안을 다스린 후 가장 사적인 나로 존재하는 방법을 30대에 알았다.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었고, 일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동료들도 생겼다. 감정이 밀려올 때 다른 방식으로 피하는 것은 물론 도리어 밀어내는 법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랫동안 방황하던 사람이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찾았다. 프리랜서 2년 차, 내 말버릇은 ‘너무 행복해’가 되었다.
‘그땐 왜 그랬을까, 왜 몰랐을까, 진작 해 볼 걸’과 같은 후회를 누구나와 같이 한다. 지금 삶에 만족할수록 더 자주 하는 것 같아 이 글을 적기로 결심했다. 나답게 살기 위해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설프고 서툴게 살았던 사람이 여기 있음을 말해준다면 위안과 공감을 느끼지 않을까. 잠깐의 불안에도 흔들리는 당신이 새로운 삶을 찾아 단단한 세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가깝고, 간단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