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생각과 상상은 하되 판단은 조심해야 함을

예민한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한번 쯤 읽어주세요 :)

by 김현아


평일 대낮에 목적지를 정해두고 밖을 나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생각. ‘다들 일 안 하나?’ 혹은 ‘평일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예상치 않게 북적이는 평일에 자주 놀랐던 초짜 프리랜서는 카페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두면서 매번 생각했다. ‘프리랜서인가? 휴학생? 돈이 많아서 여유가 많은 걸까?’ 2년 차가 된 지금도 그들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2년 차 프리랜서는 월요일 오후 1시, 두 면이 통창으로 되어 개방된 시야가 만족스러운 한 카페에 앉아 떠오르지 않는 소재를 찾기 위해 주변을 관찰한다. 약 스무 개의 자리 중 반절이 차 있는 내부와 유리 너머 차보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횟수가 더 많은 활기찬 여름을 실감하면서.


4월이 휴가철이었던가, 생각하기도 무섭게 캐리어를 끈 사람들이 몇 번씩 들락거린다. 4월도 휴가철이었구나, 라는 머쓱한 기분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눈치껏 여행 온 자들을 살펴본다. 사이좋게 들어온 커플이 볕 좋은 창가 자리에 캐리어를 세워두고 카운터로 향한다. 싱글거리며 따라서는 여자친구를 챙기는 남자는 여자의 취향에 맞춰 디저트까지 주문하는 듯했다. 몇 분 후에는 큰 백팩을 맨 남자가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급하게 노트북을 꺼낸다. 뒤늦게 따라 들어온 여자가 커피를 주문하고 남자는 노트북을 충전하며 정신없이 일을 하기 시작한다. 빠르게 나온 라테 두 잔 중 한 잔을 가지고 야외 테이블로 나가는 여자를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걸려온 전화를 귀에 대고 알 수 없는 용어를 주고받으며 모니터를 응시할 뿐이다. 둘은 아마 직장동료겠거니 생각했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한날한시 한 장소에서 누군가는 여유로이 여행 데이트를 즐기고 또 다른 이는 급한 일을 쳐내는 상극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우리는 타인은 알 수 없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매일 쌓는다. 관찰과 생각과 상상은 하되 판단은 조심해야 함을 자주 다짐하는 프리랜서에게 두 상황은 좋은 확신이었다.


예민한 감성을 가진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은 불행일까 행운일까 한창 고민하는 시기도 있었다. 과하게 부푸른 감성의 크기는 너무 커서 심장을 누르는 것만 같았고 가슴께에 손을 올려 더 강한 압박을 주어야만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불편함은 최악이었다.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미묘한 표정, 과장과 거짓이 섞인 말, 말투, 눈빛, 행동, 느리게 소용돌이치는 분위기 같은 것들은 알고 싶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래서 자주 모르는 척 하거나 분위기를 바꾸는 광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원하지 않는 모습을 판단 받게끔 스스로 행동한 것이다. 이는 내가 많이 후회하는 과거 중 하나다.


그래서 시작된 ‘함부로 판단 금지’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단순한 호기심도 있지만 타인을 더 관찰하게 된 이유도 사람이기에 경솔해질 수 있는 순간을 재빠르게 고쳐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모르는 그들만의 삶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으니까. 이는 이해보다 조심에 가깝다. 죽어도 이해되지 않거나 이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생겼을 때, 판단보다는 무신경으로 빠져버리는 나만의 조심법.


글이 떠오르지 않아 시작된 타인 관찰은 역시나 나에게 글감을 던져줬다. 한때의 후회로 불행이라 생각했던 예민이 지금의 나에겐 행운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또 하나의 순간. 예민을 활용해 영감을 얻고 감성을 글로 풀어 밥벌이하는 프리랜서.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독립적인 직업. 그렇게 나는 또 내 직업을 잃고 싶지 않아진다. 최선을 다해 매일을 보낼 테니 평생 이렇게만 살게 해달라고 빈다.


‘평일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아도 돼요. 평생 프리랜서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