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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는 나보다 잘하니까 살살해줘!

불공평을 발견했을 때

by 세상의 주인공님


23.11.27


9살 준형이와 6살 가온이는 잘 놀다가도 한 번씩 크게 다투곤 한다. 며칠 전부터 배드민턴에 재미를 붙인 가온이는 아빠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저녁을 부리나케 먹고는 아빠에게 배드민턴을 치자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교정기를 하고 있고 평소에도 먹는 게 느린 준형이가 뒤따라 다 먹고 방에 들어가 셋이서 같이하게 됐다. 나는 하이를 돌보면서 오빠들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책도 읽고 소꿉놀이도 한다. 가온이는 평소에도 하이에 대한 피해의식 같은 게 있다. 아직 뭘 모르는 하이가 자기가 만든 것을 부수거나 자기가 아빠랑 먼저 놀고 있었는데 방해한다는 불평을 많이 해서 아빠와 즐겁게 노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었다. 또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알기에 그 마음을 풀고자 도왔다.


그런데도 또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 듣자 하니


"형아가 너무 세게 쳐서 나는 못 치겠잖아. 살살 쳐줘!! 나는 6살이고 형아는 9살이잖아!"


"나는 살상은 못 치겠어. 어떻게 세게 안쳐 나도 몰라!" 으앙.


둘 다 우는데 가만 가운데서 들어보고 있는 남편. 얘들아 하고 불러봐도 둘은 멈출 줄을 모른다. 한번 남편에게 맡겨본다. 중간에서 껴드는 것도 상황을 지켜봐야지. 마음속에선 말들이 막 쏟아져 나오는데도 참고 지켜본다.


남편: "가온아, 형도 세게 안치는 게 힘들어. 어려워."

가온 : "왜 못해! 내가 아빠랑 치자고 했는데, 왜 안 해! 형아는 9살이고 나는 여섯 살이고 봐줘야지. 4살이나 차이가 나잖아."

준형: "뭔 4살이야. 3살 차이지. 모르면서 말하지 마. 너랑 하이가 4살 차이지." (준형아 그게 핵심이 아니잖니 ㅠㅠ)


결국 중재는 실패하고 둘 다 울부짖기에 이르자 방에 들어가 본다. 아직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나는 6살이니까 형아가 살살 쳐줘야지 세게 치니까 나는 못 친다. 아빠랑 할 때는 잘됐는데. 그러다 '미치다'는 말까지 나와서 준형이는 거기에 집착하고 있다.

"미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아? 어? 너는 뜻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해?"


"아니라고오."


"그마안!!!!!!!!!"


내가 나서 포효처럼 크게 한번 뱉어낸 뒤 말해본다.


"지금 뭣들하고 있어! 배드민턴 친다더니 싸움만 하고 있고, 배드민턴을 살살 쳐 달라는 게 핵심인데, 3살 차이니 4살 차이니로 꼬투리 잡고 있고, 미치네 어쩌네는 어디서 나온 말이야? 이렇게 다투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서로가 말 실수한 걸로 계속 이어나가면 싸움은 끝이 없어. 큰 나뭇가지를 보지 않고, 곁가지로 자꾸 새어 나가는데, 그걸 바로잡지 않으니 끝도 없잖아.
아빠가 너네랑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몰라? 맨날 회사에 계시느라 저녁시간 한 시간 남짓이야. 그 시간을 이렇게 쓸모없는 말싸움으로 소진하고 말 거야? 즐겁게 배드민턴을 치면서 놀 거야? 그건 너희들의 선택이야.
자, 가온이는 배드민턴을 치고 싶은데 형아가 너무 세게 쳐서 그걸 받아치기가 어렵다 이거지? 그럼 준형이는 불만이 뭐야? 가온이가 세게 치지 말라는데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거지?"
"응, 맞아요."
"좋아, 가온아. 형아는 너보다 3살이 많아서 힘도 세고, 팔도 다리도 길어서 더 멀리 보낸 것도 칠 수 있지만 형도 배드민턴은 이제 처음 쳐보는 거야. 많이 해보지 않아서 능숙하지 않아. 공이 오면 열심히 쳐대는 것뿐이지 살살 쳐서 가온이가 받아칠 수 있게 해 줘야지 까지는 안되는 거야. 형아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들어주지. 알겠어?"
"네, 알겠어요."
" 자, 그럼 형아가 왜 가온이 말을 못 들어주는지 이해했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배드민턴은 가온이가 치고 싶었던 것이니까 가온이랑 아빠랑 치고 준형이는 거실로 나와서 엄마랑 하이랑 다른 놀이를 해볼까?"
"아니요. 저도 치고 싶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둘 다 배드민턴을 치고 싶은데 아빠랑 치면 재미있는 거지? 그러면 가온이가 한판 아빠랑 치고, 형아가 심판하고, 또 형아랑 아빠랑 한판치고 가온이가 심판하면서 점수 매기고 그렇게 하는 건 어때? 그렇게 둘 다 2판씩 치는 걸로 할 수도 있어. 서로 얘기를 해봐. 몇 판을 치는 게 적당할지. 이렇게 하면 가온이 좋아? 준형이, 좋아? 불만 없어?"
"네, 좋아요."
"그럼 서로 흥분 좀 가라앉히고 몇 판을 할지 누가 먼저 할지 얘기해 보고 안정해지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
이제 좀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울다가도 금방 돌아서면 웃으면서 놀 수 있다. 감정 회복이 어쩜 저렇게도 빠를 수가 있을까. 어른들은 왜 모두들 꼼생이가 돼서 이렇게나 오래갈까? 묵혀뒀다 싸워서 그러는 건가.
어른들도 그럴 때가 있다. A일로 기분이 나빠서 대화로 풀어보자고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하다 보면 나와 다른 상대방의 말투나 태도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지금 나를 쳤어요? 라거나 너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야?로 이어지는 알만한 뻔한 곁가지 싸움의 흐름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너랑 놀고 싶은데 너랑은 왜 못 놀아하다가 갑자기 왜 너만 그거 먹냐로 넘어가는 웃기고도 귀여운 상황들. 하지만 아이들은 핵심을 붙잡고 쭉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엇나간 대화인지 잡아내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럴 때 한번 집중하도록 환기시켜 준다. 각자 불만이 뭐야? 그걸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것만 생각하자! 이렇게.
남편은 아이들이 싸워도 에이. 그만하고 이제 화해하자.라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허허허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람이다. 그런 너그러움이 좋고 나처럼 깐깐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게 너무 모호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 중재는 내가 나서기로 했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중심을 잡아줘도 충분하다. 대신 태평양 같아서 언제든 푹 자기 몸을 던져도 될 사람으로 아빠를 고르겠지.


"지금 뭣들하고 있어! 배드민턴 친다더니 싸움만 하고 있고, 배드민턴을 살살 쳐 달라는 게 핵심인데, 3살 차이니 4살 차이니로 꼬투리 잡고 있고, 미치네 어쩌네는 어디서 나온 말이야? 이렇게 다투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서로가 말 실수한 걸로 계속 이어나가면 싸움은 끝이 없어. 큰 나뭇가지를 보지 않고, 곁가지로 자꾸 새어 나가는데, 그걸 바로잡지 않으니 끝도 없잖아.


아빠가 너네랑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몰라? 맨날 회사에 계시느라 저녁시간 한 시간 남짓이야. 그 시간을 이렇게 쓸모없는 말싸움으로 소진하고 말 거야? 즐겁게 배드민턴을 치면서 놀 거야? 그건 너희들의 선택이야.


자, 가온이는 배드민턴을 치고 싶은데 형아가 너무 세게 쳐서 그걸 받아치기가 어렵다 이거지? 그럼 준형이는 불만이 뭐야? 가온이가 세게 치지 말라는데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거지?"


"응, 맞아요."


"좋아, 가온아. 형아는 너보다 3살이 많아서 힘도 세고, 팔도 다리도 길어서 더 멀리 보낸 것도 칠 수 있지만 형도 배드민턴은 이제 처음 쳐보는 거야. 많이 해보지 않아서 능숙하지 않아. 공이 오면 열심히 쳐대는 것뿐이지 살살 쳐서 가온이가 받아칠 수 있게 해 줘야지 까지는 안되는 거야. 형아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들어주지. 알겠어?"


"네, 알겠어요."


" 자, 그럼 형아가 왜 가온이 말을 못 들어주는지 이해했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배드민턴은 가온이가 치고 싶었던 것이니까 가온이랑 아빠랑 치고 준형이는 거실로 나와서 엄마랑 하이랑 다른 놀이를 해볼까?"


"아니요. 저도 치고 싶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둘 다 배드민턴을 치고 싶은데 아빠랑 치면 재미있는 거지? 그러면 가온이가 한판 아빠랑 치고, 형아가 심판하고, 또 형아랑 아빠랑 한판치고 가온이가 심판하면서 점수 매기고 그렇게 하는 건 어때? 그렇게 둘 다 2판씩 치는 걸로 할 수도 있어. 서로 얘기를 해봐. 몇 판을 치는 게 적당할지. 이렇게 하면 가온이 좋아? 준형이, 좋아? 불만 없어?"


"네, 좋아요."


"그럼 서로 흥분 좀 가라앉히고 몇 판을 할지 누가 먼저 할지 얘기해 보고 안정해지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


이제 좀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울다가도 금방 돌아서면 웃으면서 놀 수 있다. 감정 회복이 어쩜 저렇게도 빠를 수가 있을까. 어른들은 왜 모두들 꼼생이가 돼서 이렇게나 오래갈까? 묵혀뒀다 싸워서 그러는 건가.


어른들도 그럴 때가 있다. A일로 기분이 나빠서 대화로 풀어보자고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하다 보면 나와 다른 상대방의 말투나 태도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지금 나를 쳤어요? 라거나 너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야?로 이어지는 알만한 뻔한 곁가지 싸움의 흐름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너랑 놀고 싶은데 너랑은 왜 못 놀아하다가 갑자기 왜 너만 그거 먹냐로 넘어가는 웃기고도 귀여운 상황들. 하지만 아이들은 핵심을 붙잡고 쭉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엇나간 대화인지 잡아내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럴 때 한번 집중하도록 환기시켜 준다. 각자 불만이 뭐야? 그걸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것만 생각하자! 이렇게.


남편은 아이들이 싸워도 에이. 그만하고 이제 화해하자.라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허허허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람이다. 그런 너그러움이 좋고 나처럼 깐깐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게 너무 모호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 중재는 내가 나서기로 했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중심을 잡아줘도 충분하다. 대신 태평양 같아서 언제든 푹 자기 몸을 던져도 될 사람으로 아빠를 고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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