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안쓰러움은 다른 거야.
2023.12.11
준형이나 하이가 아파서 간호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저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도 내가 안아주고 보살펴 주는 그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여느 날처럼 유치원 등원 준비를 하고 있는 아침이었다. 가온이는 아침을 먹고 다른 준비를 하려고 거실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고, 나는 아직 하이 밥 먹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뜬금없이 가온이가 말을 꺼냈다.
"나도 아프고 싶다."
"응? 왜? 아프면 뭐가 좋은데?"
"아프면 엄마가 더 사랑해 주잖아."
씨익 웃는 장난기 있는 가온이 얼굴이 귀엽다. 어쩌다 저런 말이 나왔을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유치원 등원 시간에 맞추느라 더는 이야기를 잇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유모차를 밀며 같이 걷는 길. 말을 이어봤다.
"가온아, 아까 왜 아프고 싶다고 한 거야? 아프면 너무 불편한 게 많잖아."
"아니, 아프면 엄마가 더 사랑해 주잖아. 먹고 싶다는 것도 다 주고 친절하게 말하고."
아침에 먹고 싶다던 누룽지를 안 줘서 그게 뿔이 난 것인가. 하지만 이 생각은 바로잡아야 하기에 더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프다는 건 어디를 다쳤다는 건데, 그러면 다시는 다치기 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잖아. 가온이도 알지? 손가락에 상처만 나도 한참이 걸려야 낫고, 그게 다 나아도 흉터가 남아서 예전처럼 매끄러운 살이 되지 않잖아. "
"그렇기는 하지만 그때만 아프고 이제 안 아픈데 뭘. 아프면 더 사랑해 주는 거 맞지?"
"아니. 가온아 아플 때는 혼자 아픔을 이겨내기가 어려우니까 연고도 바르고, 밴드도 붙이고 그런 걸 스스로 할 수 없는 너희들은 엄마가 도와주는 거지. 어떤 연고를 발라야 하는지, 습윤 밴드가 더 좋은지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친 건지 너네는 아직 잘 모르잖아. 그래서 엄마가 대신해 주는 거지. 그리고 사랑이랑 안쓰러움은 달라. 너네가 다치면 속상하고 아프겠다 싶어서 안쓰럽지. 걱정되고. 사랑은 그냥 바라만 봐도 좋아서 자꾸만 뽀뽀하고 꽉 껴안는 그런 거 아니야?"
"우리 한번 꽉 껴안아 볼까? "
길 가다가 갑자기 꽉 껴안고 다시 길을 걸어간다. 어쩌면 형아가 체했다고 손가락을 따줬을 때 그게 부러웠을까?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플 때 더 크게 아파하고 서러워하는 가온이가 보기에 몸이 아픈 것을 내어주고 마음을 꽉 채우고 싶을 만큼 내가 부족했나 보다. 요즘 가온이는 어린 하이가 잘 몰라서 하는 성가심도 힘들고, 형아가 껴주지 않는 것도 힘들다. 그 옛날 준형이가 돌이 갓 지난 동생이 자꾸만 자기를 때리고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 힘들어했을 때처럼 가온이도 마음이 힘든다 보다. 그때처럼 가온이와 엄마와의 시간을 가져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