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는 5살 3개월
6살 가온이의 반항기가 물이 올랐다. 무슨 말을 하면 '나도 알아요'하고 대꾸하기 일쑤고 혼날 때도 표정이 '으~~'하고 있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기싸움을 하는가 하면 휴... 그나마 엄마인 나는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니 혼날 때도 있지만 좋을 때도 많아서 덜 반항하지만, 아빠는 같이 있는 시간이 적은 만큼 서로에 대해 부분만 알기 때문인지 부딪히는 상황이 더 자주 나타난다.
"가온아, 옷 뒤집어 입었어. 다시 입어."
"나도 알아요."
아빠의 말에 또다시 저 대답이 나왔다. 한마디 할까 하다가 남편이 마무리 짓도록 두기로 하고 말을 삼켰다. 저녁 시간에 밥을 먹자고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졸렸는지 가온이가 엎드려 있었다. 나는 상을 차리느라 분주했고, 남편은 하이를 의자에 앉히고 식탁 위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식탁을 정리하던 남편이
"가온아, 여기서 이렇게 엎드려 있지 말고 일어나."
"나도 알아요."
또다시 저 말이 튀어나왔다. 유독 아빠에게 반항심이 큰 이유는 잘 받아주는 사람이라서 일까. 이번에도 한마디가 불쑥 올라왔지만 아빠가 스스로를 지키는 모습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참아봤다. 토요일 저녁이었고, 모두들 새로 한 볶음밥을 먹는데, 가온이 만 흰밥을 먹겠다고 해서 없는 반찬에 흰밥을 먹고 있었다. 한 그릇 식사가 으레 그렇듯, 다들 뚝딱 금세 먹고 일어나는데 혼자 남아 밥을 여전히 먹고 있다. 먼저 밥을 다 먹은 나는 하이랑 자동차로 놀고 있었다. 작은 자동차는 바퀴를 뒤로 굴렸다 놓으면 굴린 것보다 훨씬 많이 앞으로 가는 그런 자동차였고, 조향도 스스로 하는지 방향을 틀기도 했다. 안 갖고 놀던 장난감도 내가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재미있어 보이는 법. 가온이는 참지 못하고 식탁의자에서 일어서 전진하는 자동차를 잡겠다고 손을 뻗다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치고 만다. 그 숟가락이 하마터면 하이 머리에 맞을 뻔했고, 바닥은 밥풀이 몇 개 묻었고, 숟가락도 지저분해졌다.
우리 집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일단 시작하면 밥을 다 먹어야 일어날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 일어나는 순간 밥은 회수되고, 간식도 없고, 다음 식사까지 물만 마실 수 있다. 밥이 많으면 미리 덜어내야 하는 규칙이다. 하이처럼 너무 어려서 자기 밥양도 모르지만 말도 못 하는 아이는 남겨도 좋다. 이번에도 남편이 먼저 나섰다.
남: "가온아! 하이가 맞을 뻔했잖아. 숟가락을 던지면 안 되지!"
가: "저도 알아요."
나: "배가온 이리 와!"
못 참고 가온이를 호출하고 말았다.
"저도 알아요? 지금이 벌써 몇 번째야. 아빠가 너한테 그렇게 말씀하실 때는 네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잖아. 알고 있으면 아는 대로 바로 행동을 하면 이런 소리도 안들을 텐데 왜 자꾸만 그런 행동들을 하는 건데! 그건 아는 게 아니잖아."
"모르겠어서."
"뭘 몰라. 아까는 또 다 안다고 저도 알아요! 그랬잖아."
"아니 아까 같을 때 뭐라고 말할지 몰라서 그렇게 말했다고요. "
"아빠가 뭐라 하실 때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를 몰라서 저도 알아요라고 대꾸를 했다는 뜻이야?"
"네.."
"아빠가 옷을 뒤집어 입었다고 말씀하시면, '네 다시 입을게요.' 한다던지 '알지만 귀찮아서 그냥 입고 있을게요. 밖에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고 네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면 돼. 나도 알아요! 하고선 아무런 행동을 안 하는 것은 '내 행동에 간섭하지 마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하는 것이잖아. 아빠가 네 잘못된 행동도 지적하지 못할 사람이야?"
"아니요."
"아빠가 식탁에서 엎드려 있지 말라고 하면, '너무 졸린데 잠깐만 이러고 있으면 금방 풀릴 것 같아서요. 5분만 이러고 있을게요.' 하던지, 방에 가서 아예 눕던지 행동할 수 있고, 네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아빠에게 설명할 수도 있어. '나도 알아요'하면서 인상만 쓰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마찬가지로 '아빠 잔소리 듣기 싫어요' 하는 표현이잖아. 네가 정말로 알고 있다면 그런 행동을 안 하면 돼. 그리고 아빠는 네가 독립할 때까지 바른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고 키우는 사람이야. 네가 옷을 훌렁 벗고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아빠가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네가 길거리서 막 똥오줌 다 싸고 다니는데 아빠가 아무것도 안 가르쳐?"
"아니요"
"네가 길거리를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은 모두들 너를 피해 다닐 거야. 자기에게 오줌이 튈까 봐 더러운 게 묻을까 봐 모두들 피하겠지.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있는 행동 하나만 봐도 저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보통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을 하지 않을 테니 예측 불가능해서 갑자기 어떤 행동을 할 줄 몰라. 주변에 있다가 괜히 다치지 말고 피하자. 그렇게 되는 거야. 너는 네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지고 피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이야?"
"아니요."
"그래, 엄마나 아빠가 너에게 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뿐만 아니라 네가 유치원에 가서도, 혹은 친한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아서도 바른 행동을 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아, 가온이는 참 예의가 발라서 같이 있으면 편하다. 계속 같이 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거야. 지금처럼 밥 먹다가 갑자기 숟가락을 던지는 행동을 누가 편하다고 할 수 있겠어? 그런 예측 불가능한 일을 했을 때는 사람들은 또다시 어떤 돌발 행동이 나올지 모르니 너를 대비할 수가 없는 거야.
이젠 네가 말해봐. 나도 몰라요! 대신에 뭐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바른 행동을 하고 이유를 얘기해요."
"좋아, 잘 듣고 있었네. 엄마 아빠가 너한테 이렇게 혼내는 이유는 뭐야?"
"사람들이랑 잘 지내라고"
"그래, 맞았어. 우리 가족들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고 그러는 거야. 실수했을 때는 실수로 숟가락을 놓쳤어요. 저도 던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하고 대답하면 돼. 이제 이리 와."
우리의 화해는 언제나 포옹으로 끝난다. 그러면 마음에 남아있던 앙금까지도 눈물방울로 떨어져서 사라진다. 마음에 앙금이 남는 이유는 말로만 하고 그치기 때문이 아닐까. 포옹은 체온을 나누고 서로 몸을 쓰다듬으면서 몸으로 하는 위로 같다. 요즘 가온이는 왜 이럴까. 5살 3개월 아이들이 한창 자기를 찾아갈 그런 시기인 걸까. 자아상을 반항아로 정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이가 있음으로 가온이를 준형이와 동급으로 생각하고 기대치가 높은 게 문제일까. 아직도 여전히 미취학아동인 어린이인데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