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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불편한 사람3

언제 해도 손절했을 사람

by 세상의 주인공님

유치원은 등원 규칙이 반드시 보호자가 유치원 교사에게 아이를 인계하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어서 교문에서 유치원 앞 신발장까지 보호자가 동반해야 하는 것이다. 벌써 교문에서부터 유치원 정문이 보이는데, 그곳에 은별이 엄마가 혼자 서서 가온이와 같은 반 여자친구인 송이에게 뭐라 하고 송이는 엄마품에 안겨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제 마무리가 됐는지,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하고 은별이 엄마는 가고 송이는 엄마품에서 훌쩍이며 유치원을 들어가기 싫어하는 눈치다. 무슨 일일까 싶기도 하고 무슨 일이었든 간에 엄마가 버젓이 있는데, 그 앞에서 남의 애에게 훈계를 할 수가 있는 것인가. 여전히 자기 애만 중요하고 다른 애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구나. 싶다.


설혹 송이가 은별이에게 잘못했다 해도 유치원을 통해서 가르침을 주시라고 언급을 하는 것이 맞는데, 송이 엄마와 친분이 깊다면 송이 엄마에게 훈육을 맡겨야 한다거나. 내 기준으로는 너무나 경우 없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하지 않아서 그냥 혼자서만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 등원을 하고 하원을 하려고 기다리는 오후 1시 30분. 마침 준형이도 끝날 시간이라서 교실 쪽도 힐끔거리며 유치원 앞에 서 있는데, 저기서 우리가 달려오며 제 엄마에게 '엄마, 송이한테 말했어?'라고 묻는다.

아.. 우리도 알고 있는 거면 집안사람들도 다 알고 있고, 그날 아침에 벌어진 일이라서 유치원 선생님께 말씀을 못 드린 게 아니라 전날부터 있던 고민을 선생님을 거치지 않고, 송이 엄마도 거치지 않고 바로 자기가 남의 애한테 훈육을 한 거구나 확신이 들었다.


우와. 나라면 못할 행동이다. 내 자식은 뭐 얼마나 똑바르게 키웠다고 남의 자식까지 훈계를 한단 말이야. 전에는 그렇게 안 봤는데 이런 사람이라면 나와는 언제 손절해도 할 사람이었구나. 혼자 소설 끝을 본처럼 생각이 흘러갔다.


그 자리에서 송이 앞을 가로막고 자기가 가르치겠다고 은별이 엄마 입을 틀어막지 않은 송이엄마도 이해하기가 어렵고, 은별이 엄마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다음날 둘이서는 또 교문 앞에 서서 애들 보낼 학원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이 엄마에게 사과를 했고, 송이 엄마는 받아주었다고 한다. 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까다로운 사람이고 남들과 다른 규칙을 가진 사람이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난 일이지만 이 일을 교훈으로 나는 모든 유치원 및 학년 단톡방에서 말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진짜 친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따로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서 같이 놀고 오해가 없도록 개인적인 친분이 아이들을 통하지 않아도 엄마들끼리만 만나도 편하도록 그렇게 친해져야만 속내를 얘기한다. 언젠가 내 아이들과 저 집 아이가 다툼이 생겼거나 연루가 됐을 때, 서로 불편하지 않게 예의를 지켜줄 수 있고, 마음에 담아두고 하지 못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가까워지지 않으면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을 등원, 하원, 하교시킬 때마다 마주치는 은별이 엄마가 불편하지만 처음부터 나와는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생각을 바꾸고 있다. 이 사람들 관계 때문에 내가 고민하고 내 과오를 돌아보기에는 그들은 나에게 너무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다. 나는 나에게로 집중해서 하이까지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다시 복직을 하기 위해서 스터디 모집 글을 올렸다. 집중해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내 하루를 웃음으로 가득 채우는 일들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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