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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좋은데 왜 엄마는 돈을 벌려고 해요?

아들아, 엄마도 너처럼 꿈을 꾸던 사람이란다.

by 세상의 주인공님

24년 5월 22일


여러 고심 끝에 준형이에게 말을 꺼내봤다. 엄마 공부방 할까? 어때? 나는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임용을 봐서 정교사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아이들을 더 돌봐줄 수도 있고, 출퇴근에 시간을 크게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는 뭐 장점만 생각을 했나보다.


지금이 좋은데 왜 엄마는 돈을 벌려고 해요? 돈 더 안벌어도 돼요. 그냥 지금처럼 집에 있으면 좋겠어요.


흠. 어쩌면 달콤한 발언인가? 엄마가 좋으니 떠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에 발목을 잡는 소리이기도 해서 답답한 마음과 내 삶을 생각해주지 못하는 녀석이 서운하기도 하다.


준형아, 너도 되고 싶은게 정말 많다면서.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과학자, 연기자, 게임회사 직원... 뭐 엄청 많다면서 .. 엄마도 하고 싶은게 있어. 너네가 어릴때는 엄마가 밥도 먹여주고 똥도 닦아주고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했지만, 지금은 좀 자라서 스스로 할 수 있는게 많잖아. 이제 엄마도 하고 싶은거 하고 살 때 됐다~.


준형이는 싫지만 맞는 말이라서 반박을 못하고 되묻는다.


엄마, 꿈이 뭐였는데?


대답을 하려는데 머뭇거려진다. 아이를 통해서 내 꿈을 대리만족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내 꿈을 말하는 순간, 엄마 꿈을 대신 이뤄주겠다는 다른 꿈이 생기지는 않을까?


공부방 하면 학교 끝나고 오는 애들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정도만 하다가 잘되면 시간 늘리고 안되면 그정도만 유지하면서 하려고. 수업준비는 너네 학교, 유치원 보내고 오전에 하던지 밤에 잘 때 하던지 하면 되니까 낮에는 그정도 시간만 할애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럼. 엄마가 학교갈 때도 챙겨줄 수 있고 좋잖아. 다른 일보다 이게 더 좋지 않나? 우리집에 네 또래 친구들이 올수도 있고, 형아 누나들이 많이 올수도 있어.


그제야 관심이 조금 생기는가 싶더니 또 다른 얘기를 한다.


방과후면 엄마랑 놀 수 있는 시간인데 그 때 와서 공부를 한다고? 흠..


준형이는 일하는 엄마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친구들이 벌써 하나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다가 수업시간에 울리면 수업에 방해가 돼서 싫어했다. 왜 가지고 다니는지 모르겠어. 나처럼 집에서만 써도 되잖아. 투덜대는 준형이에게 .. 엄마가 일하는 아이들은 집에 잘 왔는지, 학원에는 잘 갔는지, 간식은 먹었는지 엄마가 궁금해 할수 있잖아. 그래서 휴대전화를 다들 사주는 거야. 너는 집에오면 항상 엄마가 있으니까 그다지 필요가 없는거지.


그래? 우리는 아빠만 회사가서 일해도 되는데 왜 걔네들은 엄마도 일을 해야 하는거야? 아빠는 한달에 얼마 벌어? 한 1억쯤?


와우. 우리 3학년. 이 경제관념 없는 녀석은 한달에 1억씩 버는 아빠가 나도 있으면 좋겠다.


꼭 돈을 벌어야 해서만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니야. 준형이는 돈 벌려고 과학자, 연기자, 금메달리스트 하고 싶은거야? 돈이 전부는 아니야. 내가 이걸 제일 잘 해. 나는 이것이 참 좋아. 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도 있잖아. 다들 그럴거야.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보람도 느끼는 것이거든. 엄마도 그래. 그래서 다시 사회인이 되고싶어. 난 엄마도 했지만 이런 일도 잘하는 사람이다 하고 나를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과 그 재능을 나누고 싶은거야.


갑자기 태세전환이 일어난다.


아니, 나는 혼자 잘하지. 그런데 동생들은 아직 못하잖아. 하이가 대학교 가면 그때부터 엄마가 일을 하는건 어때?


하이가 대학교가면 엄마가 환갑은 되겄다~


ㅋㅋㅋㅋㅋ 키득키득 아이들 웃음소리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준형이가 웃으면 가온이도 하이도 곧 따라 웃는다. 아이들은 아직 이르다고 하는데 내 마음은 바쁘다. 임상심리학 대학원에 진학을 하려해도 입학시험 준비를 해야하고, 공부방 사업자를 내려해도 공간 준비는 어떻게 할지, 교재는 뭘로 할지 수업노트도 만들어야 겠고 할게 많은데 아직 준비를 하려고만 해도 이렇게 반대에 부딪히게 되다니.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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