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마세요, 부끄러우니깐
피부과에서 일하는 친구가 거울을 보고 있던 저한테 한 말이었습니다.
평소 장난을 자주 치는 친구라 여드름을 짜는 시늉을 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거울을 내려놓고 웃어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내 친구지만, 피부과를 가면 나를 간호해주는 담당 간호사일 수도 있는데 간호사한테 관리를 안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저는 오돌토돌 붉은 여드름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화장으로 덧바른다고 해도 오돌토돌 튀어나와 있는 여드름은 가릴 수 없는 부끄러운 존재로 남아있었습니다.
학창 시절만 해도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여드름에 대한 고민이 딱히 없어서 친구들이 부럽다고 할 정도였는데 요즘엔 거울을 볼 때면 한숨은 이미 내뱉어져 있더라구요. 여드름이 한 번도 난적이 없었던 피부였던지라 성인이 되어서 한참 예뻐 보이고 싶은 나이에 여드름이 나있던 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죠.
사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은 저를 더욱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큰 좌절감을 맛본 후에는 여러 가지 제품들을 사용해보았습니다.
여드름 시카 크림을 총 12통을 탈탈 짜서 사용해본 결과, 실제 효과를 본 제품 하나를 여드름 동료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었습니다. 저의 여드름 동료인 친구들은 저에게 피부 왜 이렇게 좋아졌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어떤 제품 썼냐고 취조하듯 물어보더랍니다.
몇 개월 후, 추천한 제품을 사용한 여드름 동료인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는 왜 여드름이 없어지질 않느냐고. 저랑 거의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락이 꽤나 놀라웠습니다. 왜지?
그러했습니다. 이 친구는 중학교, 고등학교, 지금까지의 세월을 그 붉은 여드름과 함께 자라왔던 것입니다. 갑자기 뒤집어지는 피부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태생 여드름 피부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입장 인터라 또 다른 여드름에 효과적이라는 여러 제품들을 탈탈 털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저도 때마침 여드름이 하나둘씩 올라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제품들을 찾아보고 후기도 직접 검색해보고 여러 가지 다방면으로 도와줄 수 있는 한 최대로 서칭 능력을 발휘해봤지만 여드름 동료인 그 친구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친구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몰라보게 깔끔해진 피부를 보고 그 친구에게 피부 왜 이렇게 좋아졌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어떤 제품을 썼냐고 취조했습니다. 마치 데자뷰처럼.
사실 그 친구가 효과 본 방법은 거창한 방법이 아녔습니다. 여드름이 나는 이유에 대해서 마인드맵처럼 뿌리에 뿌리를 쳐 생각해본 결과 나온 해답은 바로 '유분을 잡는 관리가 우선이겠구나'라는 결과에 도착했다 하더랍니다.
유분을 잡아주는데 좋다는 건 뭐 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막연히 생각해보자면 기름종이? 노세범 파우더? 뿐이었습니다. 더 이상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아 친구에게 다시 한번 취조를 시도했더랍니다.
그 친구는 여드름이 인생에서 사라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강제 인생 동반자였던 셈이죠.
여드름을 떠안고 산지 2n년째가 돼가는 중, 자주 쓰던 제품이 때마침 다 떨어져 뿌리는 타입의 스킨을 찾던 중 우연히 한 브랜드의 제품을 찾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친구는 여러 브랜드를 섭렵해본 일명 여드름 박사인 터라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습관 아닌 습관과 약간의 강박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 좌절 끝에 얻은 강박이겠죠.
찾아본 제품에 함유된 홍차 추출물이 과잉 유분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는 서칭 결과와 제 친구의 피부 표현을 번갈아 가며 봤을 때, 개기름 때문에 맨날 땀을 흘리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제 친구의 피부가 확실히 산뜻해져 보이는 걸 보고 이따금 저의 관리법을 바꿔야겠다는 뽐뿌를 일으키더랍니다.
이 관리법을 위해 여드름이 나는 원인을 찾아본 결과, 여드름이 자주 나타나는 원인은 바로 무너진 유수분 밸런스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유분은 감소시키고 낮았던 수분을 증가시켜야 정상적인 피부 밸런스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사용한 제품 두 가지는 밸런스를 맞추는데 서로 찰떡궁합인 제품이라고 하더랍니다.
그 후 친구가 하는 말로는 유분을 잡아준 후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주었다. 그 정도가 끝이다.라고만 전하더라구요. 아니 세럼이 수분 공급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매번 유분기가 넘쳤던 반면 거칠거칠하게 일어난 각질이 너무 고민이라고 노래를 불렀던 친구의 피부를 보았습니다. 같이 사용했다던 세럼은 보습의 황제라고 유명한 이중 히알루론산이 구성되어서 단번에 아하 그렇구나 라고 이해가 되었답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만 해도 아이 메이크업을 지우지도 않고 바로 클렌징 폼으로 세안을 하질 않나, 한 겨울에 스킨 하나만 바르고 등교하질 않나 여러모로 피부에 무지했습니다. 정말 피부에 문외한이 어떤 건지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을 정도로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친구였습니다. 이 관리법을 듣고 나서 이 친구가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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