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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리 Jun 29. 2018

금연 종결 시리즈 #1▶담배 끊을 예정만 22년인 남자


오늘 소개할 사람은 내 남자 친구이다.
내 남자 친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변 친구들의 영향으로 담배에 손을 댔었다. 물론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면 된다. 남자 친구에게 물어봤다. '담배는 언제 제일 피고 싶어?' 피식 웃으면서 돌아오는 대답은 '매일.'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다. 
내 남자 친구는 완전 골초 중 상 골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펴왔는데 22살인 지금까지도 개수를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루에 무조건 반갑씩 피고 있기 때문이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아한다. 남들보다 빨리 폈기 때문일까? 담배로 인한 지출이 크다는 게 무뎌졌나 보다.

물론 나도 은연중에 금연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떡밥을 몇 번 던져보긴 했다. 나도 물론 몇 년간 펴왔던 담배와 하루아침에 인연을 끊기는 힘들다는 걸 주변 친구들에 의해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끊어!라고 말은 못 하겠더란다.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고 대견한 일이란 걸 안다. 하지만 점점 늙어가는 피부와 변색되는 누런니를 보고 있자니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감정이 되어버렸다. 끊으라고 해? 말아?

내가 은연중에 슬쩍 떠보았다. '나도 한번 담배 피워볼까?' 물론 절대 피지 않을 것이다. 남자 친구의 금연을 위해 생전 담배를 피워보지도 않았던 여자가 입에 담배를 대면서 어설픈 겉 담배를 피워대는 충격요법이 요긴하게 통했다는 글을 어디에서 본 것 같다. 그래서 한번 슬쩍 떠보았지만 남자 친구는 절대 안 된다며 왜 피냐고 질색팔색을 하더란다. 그럴 거면 너는 왜 피는데?라고 물어보았지만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어렵다, 어려워.


시간이 지난 후, 남자 친구는 뭔가 단단히 결심이라고 한 것 마냥 씩씩거리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연 시작할 거야!

금연 시작할 거야!

금연 시작할 거야!

갑자기 이렇게 마음이 변한 이유는 안 봐도 뻔하다. 또 어디 tv 프로그램이나 sns에서 '금연 후 몸의 변화'나 '실제 폐를 이용한 실험' 같은 자극적인 영상을 보고 왔겠거니 했다. 나랑 사귀는 내내 남자 친구는 금연결심을 밥먹듯이 해댔다. 금연계획을 세워도 다시 피게 되니 끊는 이유와 목적을 잃은 것이다. 내가 제목을 '담배 끊을 예정만 22년인 남자'라고 괜히 지었겠는가. 그래서 속는 셈 치고 나지막이 '왜, 또'라고 물어봤다. 돌아오는 말은 뭔가 의외였다. 회사 동료분이랑 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끊으라고, 끊으라고 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던 사람인데 의외로 가벼운 이유로 큰 결심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기라고 해봤자 세 달 금연 시 10만 원이라고 한다. 끽해봤자 하루, 이틀 정도 찔끔찔끔 금연에 발만 담가본 사람이 갑작스레 장기적으로 금연계획을 세운다고 하니 정말 와 닿지 않았나 보다. 하루 이틀 정도 경과했을 때에는 뭐 견딜만하다고, 여태 내가 왜 담배를 못 끊었을까~ 이런 안일한 말들로 날 비웃게 만들었다. 이 모습이 마치 데자뷰 같았달까? 그리고 일주일이 경과했을 때,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진짜 웃긴 사람인 게 뭐냐면 안일한 말들로 자기 위로 했던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입이 심심한지 점점 군것질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군것질거리를 뭐라도 숨겨둔 것 마냥 양쪽 볼 가득 담고 있었다. 노력이 가상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외의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돌토돌 나기 시작하는 여드름은 남자 친구의 화병을 더 키우는 존재였다. 이 여드름으로 인해 남자 친구는 내가 담배를 뭐하러 끊었을까 라면서 입이 대빨나와서 투덜투덜 대기 시작했다. 사실 피부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남자 친구였기 때문에 어련히 잘 버티겠지 했다. 편의점에 가서 말보로 레드 하나요.라고 외치기 전까진 말이다.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남자 친구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담배를 안 피워본 건 처음이다. 그래서 금연의 부작용으로 인해 점점 지쳐가는 남자 친구에게 뭐라도 힘이 되고자 나는 장기가 될 수도, 단기가 될 수도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금연 보름째, 현재 여드름 상태  ●●●○○ 경과를 좀 더 지켜본 후 생생한 후기를 들고 오도록 하겠다. 독하게 마음먹은 남자 친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부관리법이나 금연 후 부작용에 대한 조언들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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