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각보다 긴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이 글은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가족 간의 다툼은 가장 어렵고도 가장 마음이 불편하다. 늘 같은 집에서 마주 보아야 하고, 떨어져 살더라도 가족이기에 '가족인데 이래도 되는 게 맞을까?'싶은 생각이 들고 동시에 죄책감이 온몸을 휘감기 때문이다.
나는 크게 부모님께 대든 적 없었고, 사춘기도 그리 심하게 겪지 않은 탓에 꽤 얌전하게 잘 커온 딸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아빠에게 대들면서 시작된 다툼이었다. 대들었다기보다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쏟아냈다.
이 다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미 1화에 잘 풀어두었다.
가족과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을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경험에 의해 이리 답하고 싶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1) 시간이 해결해 준다.
(2) 억지로 풀기 위한 무언가를 스스로 하지도 말고, 제 3자가 개입하지도 않아야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서 내 마음에 대한 처방을 내려보겠다.
첫째, 내 마음 들여다보기.
가족과 다투었을 때, 어떤 부분이 기분 나빴고 어떤 말과 행동이 내 마음속 깊은 상처가 되었는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다툰 그날의 나를 마주해야 한다. 나는 아빠와 다툰 이후로 그날만 생각하면 눈물이 차오르고 분통이 터져서 마주하는데 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글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유롭게 그때 내 마음이 어떠했고, 무엇 때문에 다투었고, 어떤 말을 상대에게 하고 싶었는지 등등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보이지 않아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느껴졌던 감정들이 텍스트로 보이면서 크기가 조금 줄어든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면 그 크기가 가늠되고 조금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경계를 풀고 녹아내릴 것이다.
둘째, 넓은 세상에 나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올 것
넓은 세상에 나가 연애도 해보고, 사회적 경험도 많이 쌓고, 공부도 많이 하는 것이다. 가족에게 받은 그 상처만 보며 그 시간 속에 멈추어서 '누군가가 나를 어루만져줬으면...'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나 스스로를 어루만져주고 다시 그 속에서 빠져나와 나의 생활을 미친 듯이 해야 한다.
나는 알바를 해보았더니 아빠가 여태 해온 직장생활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고, 혼자 자취를 하며 경제관념이라는 걸 갖게 되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젊은 시절 아빠의 절실함을 알게 되었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매 학기 오르는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서 아빠의 도움 없이는 나는 감히 대학교를 다닐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차츰차츰 새로운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내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게 되었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이 아니라 정말 자연스레 마음에 와닿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너무 늦지 않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항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아빠와 굳게 닫혀있던 대화의 문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자연스레 열렸다. 아빠와 다투고 엄마는 정말 애를 썼다. 엄마와 아빠의 다툼에서 나와 아빠의 큰 다툼으로 변했기에 엄마는 나에게 와서, 아빠에게 가서 따로따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되는 긴 시간 동안 아빠와 나는 집에서 모른 체하며 지냈다. 나도 아빠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빠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엄마는 폭발했다. 내게 와서 마치 내가 되바라진 딸이라는 듯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엄마가 냉랭한 아빠와 나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회유해도, 그러다 못 참고 화를 내도 내 마음은 철옹성처럼 굳건했다. 조금도 싸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위의 제시한 방법들을 실행하고 나니 자연스레 내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 과정을 통해 느낀 게 있다. 가족과의 다툼에서는 '용서한다'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 것 같다. 용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친구나 남과 싸우는 것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남이기에 적당히 사과하면 용서하고 없던 일로 치고 넘어가거나, 용서가 안된다면 연을 끊으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다르다.
용서가 아닌 그저 이해하는 것이다. 아주 자연히 마음이 이해되는 것이다. 억지로 이해하고 인정하는척하고 넘어가는 건 사실 잘 안된다. 아주 자연히 시간이 흐르면 강산이 변하듯 미움만이 가득했던 그 마음도 분명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더 나이가 들어 지금의 부모님 나이가 될 즈음엔 더 많은 걸 깨달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