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몽골여행이란
누군가는 몽골 여행을 젊어서나 가능한 극기훈련이라 부른다.
이동시간이 길고, 시설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몽골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양지였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유유히 풀을 뜯는 말과 양들,
맑은 하늘 아래 드넓게 흐르는 바람,
밤이 되면 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는 별빛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꼈다.
몸과 마음을 조급하게 몰아붙이던 도시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순수한 ‘존재의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쉬는 법을 잊고 살았다.
빽빽한 지하철을 타고 매일 4시간을 서서 출퇴근 해야했고,
회사에서는 바쁜 일정들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주말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여유조차 없었다.
나 자신도 케어를 못하는데 타인을 어떻게 신경쓰겠는가.
어느새 나는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몽골은 인구밀도가 낮아 쾌적했고, 슬로우라이프를 가진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패키지 여행이었으니 실제로 사전조사나 준비가 필요없기도 했다.)
나는 그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푸르공이 멈추면 그곳에 내려 걸었다.
양, 소, 말, 낙타…
아주 단순한 풍경들이 펼쳐졌다.
그 단순한 리듬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졌다.
열악한 환경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불편함이 오히려 삶의 온도를 되찾게 해주었다.
찬 물만 쫄쫄 나오는 샤워도,
푸세식 화장실도,
9시면 끊기는 전기도
오히려 나를 자연과 더 가까이 해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만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몽골을 여행하기 전까지의 나는,
인간이 만든 것에는 아무 감흥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다. 돌이켜보면 오만한 발언이었다.
그때의 나는 실제로 유명한 미술작품이나 건축물,
신문물을 봐도 큰 감동을 받지 못했고,
오직 자연 앞에서만 감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난방, 온수, 좌식변기 부터
포장도로, 집, 도시시스템까지
지금껏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
인간이 만든 것에 감사하게 해주었다.
그 경외감을 마음에 품고
나는 다시 서울이라는 도시로 돌아왔다.
몽골에 다녀온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았던 여행지가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끝내 몽골이라고 대답한다.
몽골은 도시의 소음에 지쳐 있던 내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안식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