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울란바토르로
여행 마지막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돌아왔다.
사람이 길을 건너는 게 낯설다. 그동안 길 위에는 항상 말, 양, 소, 염소, 낙타 뿐이었는데.
한국처럼 높은 건물도 보인다.
도심이구나.
한국으로,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징기스칸 광장을 구경하고 칸의 마인드 포즈로 사진찍고 고비캐시미어, 국영백화점에서 쇼핑도 했다. 캐시미어가 유명한 몽골이라서 나도 몇개 사갈까 고민했는데, 집에 있는 목도리들이 생각났다. ‘내가 이걸 사면 이미 사둔 목도리는 안쓰게 될테고 그럼 쓰레기더미로 가게 될텐데.’ 생각해보면 캐시미어 목도리가 아니여도 난 잘 살아왔다.
그래서 국영백화점에서 초콜릿만 엄청 샀다. 몽골 초콜릿의 찐한 감동을 한국에도 들고 가고 싶어서 내가 먹을 것과 주변 사람 줄 것까지 샀다. 받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샤브샤브의 원조가 몽골이라고 해서 우리는 마지막 점심으로 샤브샤브를 먹기로 했다. 친구들은 속이 안좋은 지 많이 먹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메뉴라 다행이었다. 몽골의 샤브샤브는 만두가 다르다는 것 외에는 우리나라 채선당이랑 다를 바 없었지만, 몽골에서 마음껏 야채와 채소를 접할 수 있어 소중했던 식사였다.
뚜벅뚜벅 걸으며 본 풍경들
친구들이 숙소에서 쉬는 사이 나는 혼자 여행에 나섰다. 여기가 서울인가 싶을정도로 거리이름도 서울스트리트, 건물이름도 서울플라자, 심지어 서울정도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려고 비행기타고 여기까지 온 건데 다시 서울로 온 기분.
작고 예쁜 학교가 있길래 울타리 너머로 구경했다. 아이들이 땅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이랑 룰도 똑같아 보였다. 몽골도 땅따먹기를 하는구나. 몽골은 어느 부분에서는 한국이랑 많이 닮았다.
걷다보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놀이공원이 나왔다. 입장권을 안받아서 들어가봤는데, 푸릇푸릇한 자연과 놀이기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놀이’와 ‘공원’ 둘다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몽골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해맑고 순수하다고 느껴졌다.
어린 아이처럼 사람들이 순수하고 꺄르르 잘 웃는 몽골. 이런 사람들과 이런 환경에 있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도심의 어느 뒷골목 주차장에서 자신의 트렁크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정육과정을 보고 말았다. 예상도 못한 상황이라 당황했다. 내가 본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여행 마지막에 알려주는 듯 했다.
가축을 키워 먹고 사는 유목민의 특성상 그들의 나른한 일상 뒤에선 태연히 살육이 진행된다. 도심의 트렁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란 나와 달리, 그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썰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던 유목민의 감춰진 뒷모습을 본 느낌이었다.
시샤, 바양작 팔찌, 클럽
배가 안고파서 저녁은 식당대신 펍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 밤은 핫하게 놀아보자며 나왔는데 울란바토르의 저녁은 매섭게 추웠다. 핫한 건 무슨 따수운 게 장땡이라며 우리는 산악인처럼 입고 나섰다. 반면 현지인 두키는 머리도 넘기고 가죽자켓도 입고 한껏 멋을 부리고 와서 웃겼다.
이태원 느낌의 바에서 맛난 칵테일도 마시고, 난생처음 시샤도 하고, 우정팔찌도 선물 받았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건 마냥 아쉽고 슬플 줄 알았는데, 이렇게 우리들의 추억을 기념하고 다시 올 날을 기약하니 행복했다.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에기의 배웅으로 공항에 왔다. 몽골여행 내내 안전운전을 해준 에기에게 고맙다.
몽골에서 처음 본 풍경이 공항에서의 일출이었는데, 마지막에 다시 보게 되었다. 붉게 오르는 태양을 보며 그동안 몽골에서 쌓은 추억이 스쳐지나갔다. ‘언젠간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마지막이 아닐 것 같아서 이번에는 한국으로 가는 발걸음이 쉽게 떼졌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의 고향 같았던 몽골,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
나에게 몽골이란
누군가는 몽골 여행을 ‘젊어서나 가능한 극기훈련’이라 부른다.
이동시간이 길고 시설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몽골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양지였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유유히 풀을 뜯는 동물들, 맑고 투명한 날씨,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
대자연 앞에 서서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게 어느새 미미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도시생활에 피로가 쌓인 나에게 몽골은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안식처였다.
잊지 못할 몽골여행을 선물해준 내 친구
오래오즈, 두키, 에기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몽골여행 에피소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