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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 6일차: 가을의 테를지, 승마는 최고예요

by 누비 Mar 03. 2025

테를지를 향해서


날은 흐렸지만 전날 게르바에서 신나게 뛴 덕에 개운하게 잤다. 어젯밤 멋진 공연을 해주신 유목민 할아버지의 배웅을 받고 테를지로 떠났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마을 전체에 정전이 나서 계획과 다른 식당에 오게 됐다. 손님도 없고 정전으로 가게 불이 꺼져있어 영업중인지 의심될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사장님이 주방에서 나오셔서 우리를 맞이했다. 음식은 가스불로 요리하는 거라 상관없다며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최애 몽골음식을 만나다최애 몽골음식을 만나다


우리는 여러가지 몽골 음식들을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그 중에서 내 숟가락이 가장 많이 향한 곳은 국수. 우연히 오게 된 이곳에서 먹은 몽골국수는 내 인생 국수였다. 후루룩 떠먹기 좋게 썰린 국수와 경상도식 탕국맛이 나는 뜨끈한 국물, 말린 양고기의 조화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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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바 최애곡 강남스타일 포즈로


테를지 가는 길에 징기스칸 동상과 여인 세명의 동상을 봤고 거북바위에서 독수리체험도 하고 기념품샵도 갔다. 수도 가까이에 있는 관광지에 오니 사막에서 못본 편의시설들이 보였다. 자연과 현대문물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한가보다.



승마와 사랑에 빠지다

다음 몽골에서는 1일 1승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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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테를지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가을의 테를지는 노란 단풍이져서 완벽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서 우리는 말을 타고 조금 더 깊숙히 보기로 했다.

첫 승마였지만 몽골말은 작아서 무섭지 않고 승차감도 좋았다.


숲속을 지날 때는 동화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햇볕이 예쁘게 내려오고, 그 사이를 말을 타고 지나는데 내가 본 장면들이 너무 예뻐서 가슴이 벅찼다. 승마가 아직 익숙치 않아 사진을 찍진 못했는데 그 장면을 눈에만 담아 둔 게 아쉽다.


테를지 승마테를지 승마


중간에 내 안장이 헐렁해져서 마부가 내 말을 멈춰 세웠다.

정비를 마치고 친구들을 봤는데 너무 작아서 개미처럼 보였다. (말은 정말 빠르다. 언제 저기까지 갔을까?)

그새 나는 무리를 놓치게 됐고 따라 잡아야했다.


마부가 잘 잡으라는 몸짓을 나에게 전하고, 말 엉덩이를 때리자 말이 달렸다.

이때 말을 타고 테를지를 신나게 달렸다. 공기는 정말 시원했고, 경치와 날씨가 완벽했다.  

이 순간은 7박 8일간의 몽골여행 중 1위로 꼽을 정도로 최고였다.

승마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구나, 나 말 타는 거 좋아하구나, 내 취향을 또 하나 알아간다.


여행을 할 때 한 번 갔던 나라는 잘 가지 않는데,

가을의 테를지는 언젠가 나를 다시 오게 할 것 같다.



뜨거운 물이 나온다고요?

호화게르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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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테를지 근처의 여행자 게르에 묵었다. 매일 짐을 꾸리고 먼 길을 떠났던 6일간의 생활이 힘들었던지,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몸져 누웠다.


다행인 것은 숙소였다. 몽골여행 중 가장 현대식 게르라 샤워장도 있고 따뜻한 물이 콸콸 나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본 듯, 따뜻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이틀만에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와 종종걸음으로 게르로 돌아왔다. 게르에는 현대문물인 난로가 있어서 따뜻했다.


난로다!!!!!!!!!!!!!!!!!!!!난로다!!!!!!!!!!!!!!!!!!!!


그간 여행을 하면서 나는 인간이 만든 모든 것에 관심이 없다고 느꼈었다. 자연에서는 큰 감동을 받지만 건축물, 박물관 같은 관광지들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렇게 여행을 할 때 자연만 고집했던 내가, 몽골에서 완전한 자연을 경험하고 나서 내가 사랑하는 건 완전한 자연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불편함을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기술의 발전과 문명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는 몽골

9월에 눈이 왔어요


테를지에 눈이 왔습니다테를지에 눈이 왔습니다


눈이 온다. 며칠 전에는 뜨거운 사막에서 민소매를 입고 돌아다녔었는데, 이제는 겨울옷을 여러 벌 껴입고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다. 몽골의 사계절을 다 느껴보고 가는 구나.


저녁으로는 따뜻한 티와 함께 양고기가 나왔다. 이 나라는 '또 양고기네' 싶었지만 ‘몽골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마지막 양고기겠구나’ 라는 생각에 맛있게 비웠다. 몽골은 정말 신기한 나라다. 벌써 몽골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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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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