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과 나 #3

강아지가 필요한 집

by 하양

때로는 아이의 한마디가

우리 가족의 진짜 모습을 정확하게 진단해준다



## 2020년 8월 30일


막내 동생과 조카가 집에 왔다.

오랫만에 아들도 강아지와 같이 산책을 하기로 했다.


조카에게


"저기 뭐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저쪽으로 갈까?" 하니


아들은


"갑자기 왜 어그로를 끄는 거야?" 한다


조카에게


"형아 신발 멋지지?" 라 하니


"이 아파트에 부자들 넘치는데 창피하게 뭐라는 거야?" 라고 쏴붙인다


어린 조카는 물론 동생 앞에서도 민망하고 부아가 치민다.


관심도 없는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의식하는지

높은 불안감과 낮은 자존감의 발로일까 싶다.

사사건건 시비걸고 딴지거니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꽁하니 산책 안 나오고 입 닫고 있는 것보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표현하는 편이 나은 거겠지 하지만 맘은 영 불편하다.


분위기 바꿔볼까 싶어 물었다


"큰 이모네는 가족들이 다 강아지 좋아하는데도 안 키우네~?"


말 끝나기가 무섭게 영락없이 치고 들어온다.


"그걸 몰라? 거긴 집안 분위기 좋으니까 강아지 필요 없지.

가족끼리 친한데 뭐."


머리가 띵해졌다.


우리 집은 강아지 없으면 안되는

삭막하고 정 없는 집안이구나...


## 진짜 행복의 기준


아들의 말이 가시같이 박혔다


큰 이모네는 뭐가 다를까?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떤 하루였어?" 물어보고,

저녁 식탁에서 하루 일을 나누고,

주말이면 가족이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한다.


힘들어하면 옆에 앉아서 들어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준다.


그런 집은 이미 충분히 따뜻하고 정겹고 끈끈하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온기가 넘친다.


우리 집은?


각자 방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대화는 필요한 말만, 감정 나눔은 거의 없고,

함께 하는 시간보다 각자 혼자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 언제부터였을까?


아이가 학교 일을 얘기하다가 내가 핸드폰 보는 걸 발견하고 "됐어, 안 들어도 돼"라고 한 게.


"엄마, 이거 봐"라고 그림을 보여줬는데

"와, 잘 그렸다" 건성으로 대하고 제대로 보지도 않은 게.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해",


"빨리 말해"...


아들은 점차 엄마에게 말을 거는 것을 포기했다



## 변화의 시작


그날 밤, 아이 방에 들어갔다.


"오늘 이모 조카 앞에서 창피했지?"


"..."


"엄마가 그동안 너희들한테 관심을 못 가져줘서 미안해. 정말로."


아이가 잠깐 나를 봤다.


"우리 가족이 강아지 없어도 될 만큼 따뜻한 집이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냥...

같이 있을 때 핸드폰 안 보면 안 돼?"


그렇게 간단한 거였다



## 작은 실험


그 다음 날부터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아침:

아이들 깨울 때 "잘 잤어? 오늘 뭐 할 거야?" 물어보기


저녁:

핸드폰 멀리 두고 "오늘 어땠어?"

이야기 들어주기


어색했다.


아이들도 왜 저러나라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조금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방에서 나와 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겼다.



## 진짜 부자


**진짜 부자는 뭘까?**


돈이 많은 사람?

큰 집에 사는 사람?

좋은 차를 타는 사람?


아니다.


가족끼리 친해서 이미 충분히 따뜻한 가정을 가진 사람이 부자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사람.


그런 부자가 되고 싶다.



## 강아지가 가져다준 선물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건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강아지를 통해 우리 가족이 얼마나 메마르고 각박했는지 깨달았고,


강아지를 돌보면서 조금씩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강아지가 아플 때는 온 가족이 걱정하고, 기쁠 때는 함께 웃는다.


강아지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은

함께 걱정하고 함께 기뻐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일지 모른다.



## 새로운 목표


아들의 한마디가 우리 가족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거긴 집안 분위기가 좋으니까 강아지 필요 없지."


이제 우리도 그런 집이 되고 싶다.


온기가 있는 집으로.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시간만 보내는 가족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한 가족으로.


성과와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는 집에서,

과정과 마음을 나누는 집으로.


이미 충분히 따뜻해서


더 이상 빈 공간을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다음 이야기: "아이가 전한 메시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완벽하지 않은 엄마의 진솔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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